•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 일부 단체들이 그것을 반대해 ‘촛불’을 들기로 한 모양이다. 한국의 일부가 반미(反美)를 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을 것 같다. 친북(親北)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하고, 딱히 친북은 아니라도 일종의 민족주의적 정서에서 그러는 것.

    친북이라서 그러는 것은 어떻게 말릴 방도가 없다. 그냥 힘으로 제압하는 것 이외에 달리 대처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일종의 민족주의적 정서에서 그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설득을 해줄 수밖에 없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일본에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 적대적이면서도 한반도를 우습게 여기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임진왜란 때 이미 중국과 도요데미 히데요시는 한반도의 북쪽은 명나라의 직활 통치로, 남쪽은 일본이 먹기로 90% 합의했었다. 송복(宋馥) 교수에 의하면 그 때 그렇게 안 된 것은 ‘하늘의 도우심’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은 없을 수도 있다. 황장엽 선생의 지론에 의하면 중국이 김정일 사후에 북한을 영토적으로 병합할 리는 전혀 없다고 한다. 일본 역시 감히 남한에 대해 영토적 야심을 품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대국은 강대국끼리 통한다고, 중국과 일본이 “저까짓 코리안들은 적당히 따돌리면서 내막적으로는 우리 두 나라가 아시아를 요리합시다” 하는 식의 기맥을 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역시 중국 일본의 이런 ‘전략적 제휴’ 에 가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 아시아를 바라보면 역시 중국과 일본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그보다 한국이 먼저 눈에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힌미동맹 덕택에 국가로서의 명맥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산업-무역 국가로 발돋음 한 코리안들이 이제 와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식으로 뭐 반미까지 한다니, 내가 미국인이라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 그럼, 미국, 중국 일본 3자가 아시아를 요리할 터이니 너희는 비켜.”

    이렇게 되면 한국은 낙동강 아닌 태평양 오리알이다. 민족주의도 국제정치적 지렛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외교적 외톨이가 민족주의를 무슨 수로 하나? 그럼 북한은? 지금은 핵(核)으로 버틴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 국민 300만 명을 굶겨죽이고서도 "핵 개발을 했으니 우리는 '민족적'이다" 소리 친들 세게 어는 나라 어느 국민이 "야, 대단한 민족주의구나" 하고 칭송할 것인가?

    인간이면 누가 ‘민족의 자긍심’을 마다 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과 외교는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다. 외교는 철저한 실리(實利)의 게임이자 기술이다. 민족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도 힘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는 실리 외교의 기술에 투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