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가는 과거를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어제 있었던 일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 역사학도들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순수한 동기가 아니라 단지 사람을 헐뜯기 위해 그리고 헐뜯는 일이 어느 특정 집단의 지시로 된다던가 하면 혼란과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는 겁니다. 혼란을 확대시키는 것이 그 배후의 진정한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황장엽 씨가 대한민국의 품을 찾아온 것은 망명도 아니고 귀순도 아니고, 단지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였고, 그가 당의 서기로 있으면서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가지고 남한의 통일노선에 일조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은 몰살의 위기를 면할 수 없었고 북은 간첩을 남파하여 그의 목숨을 노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황장엽 씨의 월남을 무척 괴롭게 여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핍박을 가했습니다.

    그것이 모두 조작이었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휴전선을 넘어 월남·귀순했다고 선전한 김수근의 정체를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황 씨 케이스는 백배 신중하게 다루었을 겁니다. 그런데 작금에 황 씨에 관한 중상과 모략이 새록새록 일기 시작합니다. 그가 88 올림픽이 개최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 고르바쵸프를 만나러 모스크바에 갔을 겁니다. 김정일의 외교담당 비서가 안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이제 새삼 들추어내면서, 애국자의 삶에 먹칠을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