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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이 목을 따는 것 같은 극심한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나라가 동양에 위치한 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 셋 중에서도 입시가 지옥에 비유할 만큼 참혹한 나라는 중국이 아니고 일본이 아니고 한국입니다. 그렇게 된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세 나라는 과거를 통해서만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에, 벼슬하기 위하여, 또는 녹을 받아 밥을 먹고 살기 위하여 과거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었습니다. 정몽주 같은 선비는 과거 삼장에 연달아 장원 급제하였다니 수재 중에 수재였다 하겠습니다. 그런 분이 큰 감투를 쓰고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대입니다.
오늘은 반드시 출세하기 위해서만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시대는 다 지났고 오늘의 젊은이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속칭 좋은 대학은 몇 되지 않는데다가 저마다 제일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머리를 싸매고 날마다 전투니 입시가 전쟁이요 지옥입니다.
입시지옥을 면하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대학의 완전한 자율화입니다. 입시와 학생전형의 방법이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지고, 무슨 반대와 비판이 쏟아져 나와도 10년만 버티면 입시지옥은 사라지고 한국의 교육은 정상화가 됩니다. 각 대학은 우수한 젊은이들을 그 학교에 모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래야만 젊은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왜 공부를 안 하는지 아시죠. 공부에 염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