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사이 우리 집에서는 여덟 살짜리 外孫女와 세 살짜리 外孫子에게 漢字를 가르치려는 필사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외손녀가 다니는 학교에선 한자를 가르치면서 자주 시험을 친다. 내 딸과 아내까지 밤늦도록 외손녀에게 漢字를 가르친다고 아이를 들들 볶는다. 어린 외손자한테는, 방 바닥에다가 한자 글자판을 붙여놓고 가르친다. 외손자가 발로 子자를 밟으면서 "아들, 자"라고 소리치면 온 집안에서 환호가 터진다.
     
     이런 풍경은 전국적으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말살한 國字인 漢字를 지켜내려는 일종의 독립운동이다. 부모들은, 漢字를 배우지 않으면 子女들이 무식장이가 되고,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란 예감으로 이렇게 절박한 교육을 시키는데, 정부와 언론이 이들의 노력을 거의 無效로 만든다.
     
     아무리 부모들이 漢字 교육을 시켜놓아도 어린이들 눈에 漢字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신문도, 간판도, 도로 표지판도 한글뿐이다. 곧 부모로부터 배웠던 漢字를 잊어버린다.
     漢字는 눈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대통령도, 신문사 사장도 한글專用의 문제점에 관심이 없다. 한글전용의 본질이 反지성, 反문화, 反민족임을 모르는지, 알아도 쉬운 길을 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쉬운 길의 끝은 벼랑이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부모와 어린이들의 피눈물 나는 母國語지키기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문화적 반역자로 전락하였다.
     
     母國語를 말살하는 데 앞장 선 이들이 한글專用을 확산시킨 신문사 사장들과 편집국장들이었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언론인임을 포기하였다. 이들은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固有명사(人名, 地名)까지도 漢字로 표기하지 못하게 하여 한글專用 흐름의 확산에 불을 붙이고, 文盲率을 높이는 데 앞장 섰던 신문사의 편집 관련자들은 한국인의 正體性과 정신력을 망가뜨리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를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은 중국의 地名과 人名을 중국식 발음으로 읽도록 함으로써 보통 한국인들이 중국관련 기사나 책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이들은 李明博을 '이명박'이라고 쓰면서 '오바마(Obama)', '하토야마(鳩山)'라고 쓴다. 자기나라 대통령의 이름은 發音부호로만 쓰고 외국인에겐 發音부호와 本名까지 친절하게 써준다. 이들은 한국인의 이름을 漢字로 쓰면 감옥에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글專用은 본질적으로 事大主義 정신의 발로임을 잘 보여준다. 사대주의적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독립운동을 한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신의 無識과 無能과 불철저함을 속이는 수단이 한글專用이다. 특히 言論의 한글專用은 母國語를 온전하게 지켜내려고 오늘도 자녀들에게 밤을 세워가면서 漢字를 가르치는 부모들을 무시하는, 생산자의 소비자 배신 행위이다. 제대로 된 역사가들은 한글專用을 확산시킨 언론인들을 '자칭 언론인'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한글전용 신문 불매운동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사대주의자들은 노예根性이 강하므로 합리적 설득보다는 强制力에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