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나는 그가 장관이 되기 전에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가 필리핀 대사로 있었을 때, 바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나는 그 때 노무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인 유 대사가 그 부인과 함께 나를 만나 식사대접까지 해 준 데 대해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자리엔 연세대학의 유석춘 교수도 함께 했었다. 화제는 필리핀에 관한 것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내가 그 때 받은 인상은 유대사가 대단히 올곧은 외유내강의 인사라는 점이었다. 그런 그가 외교관의 ‘막장’인 필리핀 대사를 마지막으로 외교관 생애를 마감하는 것이 매우 아쉽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차관으로, 다시 장관으로 일어섰다.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런 유 장관이 엊그제 어는 조찬모임에 나가 “북한 핵은 미국 아닌 우리를 겨냥한 것, 그 목표는 적화통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역시 내가 본 유명환 그 올곧은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야당의 박지원 의원이 ‘발끈’ 어쩌고 했다고 한다. 유명환 장관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박지원 의원에게는 “당신이 북한의 대변인이라도 되능겨?”라고 묻는다. 유명환 장관하고 김정일이 맞장 뜨는데 박지원 지가 뭣담시 김장일 변호인 노릇을 자청 하능겨?

      유명환 장관은 언제인가 국회 어느 분과위원회에 나갔을 때, 다른 분과위 소속인 천정배 의원이 들어와 왔다 갔다 하자 마이크가 꺼져 있는 줄 알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건 뭐야? 미친 놈...” 이게 마이크로 새나갔다. 그는 이 때문에 약간의 곤경을 겪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유명환 장관을 좋아할 또 하나의 이유를 가지게 됐었다. 하하하하,

     야당 여러분, 부디 그런 식으로만 계속 나가 주세요, 계속 ! 그래 주셔야만 귀하들이 재집권을 못할 테니까요. 의인(義人) 한 람만 있었어도 소돔과 고모라가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유명환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원칙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대통령, 그런 그를 ‘이명박 식 셈법'으로 “장사에 해(害) 된다” “좌파가 화낼라” 해서 갈아치우지 마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