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박근혜 두 전·현직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배석자 없이 48분간 만났다. 초등학교 동기동창이자 차기 대권 경쟁자인 두 사람이지만 현재의 정치적 위치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때문인지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와의 이날 만남에 매우 신경을 쓴 모양새다. 장소부터 일반 회의장이 아닌 국회 내 찻집으로 잡았다. 자신의 집무실이나 박 전 대표의 회관 사무실로 회동장소를 정할 경우 어느 한쪽이 찾는 모양새를 보일 수 있어 제3의 장소를 선택한 것으로, 박 전 대표를 최대한 예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의정관 가배두림에서 환담하던 중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의정관 가배두림에서 환담하던 중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정 대표의 의중은 이날 회동 곳곳에서 발견됐다. 약속 시간 보다 8분여 먼저 도착해 박 전 대표를 기다렸고 회동이 끝난 뒤에도 그를 먼저 보내며 배웅했다. 정 대표의 이런 배려에 박 전 대표도 만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준비된 회의테이블에 앉았는데 정 대표가 긴장한 듯 말문을 열지 못하자 "(기자들이) 너무 많이 오시니까 (정 대표가) 말씀을 못하시잖아요"라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때부터 정 대표도 말문을 텄다.

    5분여간의 가벼운 인사 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회동 했는데 양측 모두 '괜찮았다'는 반응이다. 실제 두 사람의 표정 모두 밝았다. 박 전 대표는 내내 밝은 표정을 보였고 정 대표 말에 자주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박 전 대표의 웃음소리가 회동장 밖에까지 들릴 만큼 48분간의 두 사람 대화 분위기는 좋았다. 측근들도 두 사람 회동시간이 길어지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시간인) 43분을 넘기려고 하려나 보다"라고 농을 던졌고 "동창생인데 나쁠 이유가 있겠느냐"는 등의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48분간 대화 내용은 회동 분위기와는 온도 차가 컸다. 먼저 회동 뒤 두 사람 얘기가 달랐다. 최대 관심은 박 전 대표의 10·28 국회의원 재선거 지원유세 여부에 쏠렸는데 회동장을 빠져나가는 박 전 대표는 '재선거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재차 '재선거 지원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했잖아요"라며 다소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재선거 얘기는 없었다"는 박 전 대표와 달리 정 대표는 "중요한 일이라 간략히 말씀드렸다고 (박 전 대표도) 재선거가 잘돼야 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브리핑을 한 조윤선 대변인에 따르면 정 대표가 "박 전 대표께서 관심을 많이 갖고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했고 박 전 대표는 "당에서 지금 잘 하고 계신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브리핑 한 조 대변인도 이런 발언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 "이미 두차례나 지원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또 제안하는 건 흠집내기"라고 말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정 대표의 완곡한 지원 요청에 대한 완곡한 거절로 해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론화 하면서 관심사로 떠오른 개헌 문제에도 두 사람은 온도차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회동에서 개헌에 대한 얘기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그 얘기도 안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정 대표가 "개헌 논의를 올해 시작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폭넓게 의견을 개진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 아니겠느냐"고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국민적인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선결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매주 수요일 열리는 최고·중진연석회의(당 최고위원 및 지도부와 4선 이상 의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박 전 대표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그는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덕담만 건넸다고 조 대변인은 브리핑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