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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cm가 될까? 이 작은 여성이 갑자기 연단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소리쳤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잠깐 놀랐다.
체격 우람한 남자들도 어색해서 금방 내려가는 무대에서 자기 몸집보다 큰 깃발을 좌우로 흔들면서 이렇게 일성을 낸 것이다. 가녀린 목소린데도 강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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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인숙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창립추진위원장 ⓒ 뉴데일리
서인숙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조학모) 창립추진위원장이었다. 시민단체 '위원장'이라는 직함에 자칫 이 일을 전문으로 삼는 사람일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그는 대한민국 평범한 40대 아줌마다.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남매를 둔 주부가 '학부모 주권'을 찾겠다며 나선거다. 16일 조학모 창립식이 서울 정동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렸다.
서 위원장은 이날 뉴데일리와 만나 "교원평가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평가를 받고 실력을 키워 교사로서 책임감을 기르는 제도"라며 "공교육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주기 위해서도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교원평가제를 전교조가 반대하고 있고, 전교조 집행부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일단 전교조는 교원평가제를 수용한 후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울 부분이 있으면 세부적으로 수정하는 게 옳다"고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 위원장은 전교조의 교원평가제 반대를 비판하는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한 바 있다. 서 위원장은 이 글에서 "학부모는 더는 자식을 학교에 볼모로 맡긴 약자가 아니며 자녀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교육개혁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었다.
학부모 입장에서 본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그 질문에 서 위원장은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가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적 요건이 문제예요.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이 있는 교사나, 그렇지 않은 교사거나 똑같이 대접받고 결과가 나오는 현재 공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학부모 조직화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자칫하면 학부모 이기주의나 치맛바람으로도 비쳐질 수도 있을텐데…
그 질문에 서 위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는 "왜 학부모가 교육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간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수동적 입장에 머물렀지만 엄연히 국가와 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자녀 교육을 위탁받았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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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과거에는 자녀교육에 욕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거나 담임 교사를 찾아가 학교 일에 관심을 보였지만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풍토를 만들려면 평범한 엄마들이 나서 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 위원장은 '학부모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교내 학부모 동아리 설립이나 학교 운영위원들과 연계로 정보를 주고 받고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조학모 창립식 후 첫번째 행사로 '학교주변 유해환경정화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앞으로 학부모 교육주권 살리기, 좋은학교 알리기, 학부모의 교육 공동체 함께하기 등 학부모주권이라는 이름으로 펼칠 행사를 소개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력이 넘쳤다.
"학부모로서 내 아이, 우리 아이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지켜주고 싶어요" 다짐을 묻자 그가 짧게 한 말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세상 어느 부모가 소망하지 않으리? 간결하지만 그래서 더 와닿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