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를 실시했지만 백지 투표용지 1장 때문에 사실상 재투표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집행부 재선거는 22년 현대차 노조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16일 노조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이번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재투표하기로 했다. 재투표 결정은 개표 과정에서 판매본부 투표함 1곳에서 투표자 수 226명보다 백지 투표용지가 1장 더 나와 부정선거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고 조만간 대자보로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지만 재투표에 따른 후보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논란이 붙고 있다.

    이번 집행부 선거의 잠정적인 표 집계를 보면 중도, 실리 성향의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 이경훈(49.기호 1번) 후보가 1만2717표(득표율 31.1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강성 노선으로 분류되는 '민주현장'의 권오일(43.기호 3번) 후보가 1만978표(26.86%), 1번 이 후보와 같은 성향의 '현장연대' 홍성봉(48.기호 2번) 후보가 1만892표(26.65%)를 얻어 86표의 차이로 각각 2,3위에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강성에 맞선 중도, 실리 후보가 2명이나 출마한 데다 이들 후보가 합친 득표수도 과반수를 넘기는 등 약진했다.

    노조는 당초 출마한 4명의 후보 중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오는 18일 결선에서 1,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판매본부 투표함 표인 226표는 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표를 가산할 경우 2,3위의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 개표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 후보(권오일, 홍성봉) 가운데 결선 투표에 나설 1명이 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백지 투표용지가 나왔을 당시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 측은 개표가 끝난 뒤 문제의 투표함 표가 당락에 영향을 끼칠 경우 차후 재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개표가 끝나자 2,3위 후보의 표차가 86표에 불과하고 문제의 투표함 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선관위는 내부 회의를 거쳐 재투표를 결정했다.

    재투표 일정은 차후 선관위가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부재자 투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데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있어 빨라도 10월에야 재선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후보 측은 이미 1,2위가 결정 난 마당에 재투표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와 각 후보의 입장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재투표가 강행되면 이에 반대하는 후보 측에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갈등의 여지가 적지 않다. 만약 소송이 제기된다면 재투표는 법원 판결 후에야 이뤄질 수도 있다. 집행부 선거가 재투표나 법적 소송까지 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대부분의 조합원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여 내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