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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나대는 사람을 보고 "쥐뿔도 모르면서…"하고 핀잔을 줍니다. 여기에서 “쥐에도 뿔이 있었나? 쥐에는 분명 뿔이 없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쥐 머리에 뿔이 돋은 줄 알고 억지를 부리니 하는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리 조상들께서 해 오신 우리말에는 풍자와 해학이 풍부했고, 간혹 노골적인 육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메모노트와 예전부터 구전되어온 이야기,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모은 자료를 토대로 '쥐뿔도 모른다'는 말이 탄생한 연유를 더듬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쥐뿔'은 아주 보잘 것 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에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손발톱을 깎고 문 밖에 버렸더니, 늙은 쥐가 그것을 주워 먹고는 망아지만큼 크게 자랐답니다. 이 쥐가 나이가 들대로 들어 둔갑술까지 부리게 되었습니다. 안주인의 미색에 반한 이 요망한 쥐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주인인 신랑을 쫓아내고 주인 자리에 들어앉아 대신 신랑 행세를 하며 젊은 각시와 밤마다 운우지정을 나눴습니다.
가짜로 낙인찍혀 집에서 내쫓긴 새신랑은 하도 억울하니까, 영험하다는 도사를 찾아가 하소연했습니다. 그 도사는 직접 쓴 부적과 고양이를 내주며 비방을 일러주었습니다. 뛰다시피 집에 돌아온 신랑은 도사가 시킨 대로 부적을 붙이고 고양이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러자 가짜 남편은 사색이 되어, 다시 늙은 쥐로 변신하더니 기겁을 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습니다.
도사의 비방으로 요망한 쥐를 내쫓은 신랑은 만사 제쳐두고 젊은 아내부터 다그쳤습니다. 부인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신랑에게 "그 사람 분명 당신이었어요"라며 매일 저녁 황홀경에 빠졌던 일을 실토하였답니다. 열 받은 신랑이 "그래도 밤일할 때는 뭔가 달랐을 거 아니냐?"고 다그치자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밤마다 너무 좋기만 해서…" 이 말에 신랑은 눈이 뒤집혀서 "야! 이 년아, 뭐가 어째? 좋기만 해서?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내 ×하고 늙은 쥐 ×하고 구별이 안 된다는 말이냐?"하며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매질을 해댔습니다.
매를 견디다 못한 신부가 "사람 살리라"고 소리치며 동네 한 가운데로 맨발로 도망치니 동네 어른들이 신랑을 붙잡고 점잖게 타이르며 연유를 물었습니다. 신랑은 숨을 몰아쉬고 더듬거리면서 "아 글쎄 저 년이… 세상에… 이 넘 없는 새에… 쥐×도 모르고… 아니 '쥐뿔'도 모르고…" 차마 어르신들 앞에서 육두문자를 쓸 수가 없어 “쥐뿔도… 쥐뿔도…”만 되뇌었다고 합니다.]
신부가 신랑인 자기의 거시기와 늙어 빠지고 보잘 것없는 쥐의 거시기를 분간 못했다는 데 대해 울화가 치민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안 뒤집어지는 남편이 있다면, 그 남편에 문제가 있는 거겠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리분별을 잘 할 줄 모르는 사람더러 "쥐×도 모른다"고 말해왔고, 이 말이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어떤 사물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하게된 것입니다.그런데 ‘쥐×’이란 단어가 너무 노골적이고 -19용어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말로 바꾸려다 보니, 그 생김새가 비슷한 '뿔'이라는 말로 대체해 "쥐뿔도 모른다"로 순화해서 쓰게 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