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김포공항을 통하여 서울시내로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서울과 도쿄의 隔差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격차감은 서울에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무디어진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도쿄의 시각으로 비교하게 되지만 곧 서울의 시각, 즉 비교대상이 없는 내부적 시각으로 돌아간다.
      우선, 서울의 거의 모든 건물들이 도쿄에 비하여 작고, 허술하고, 美的인 면에서 떨어진다.
     도쿄에선 지난 10년간 都心 재개발과 대규모 건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롯퐁기 힐, 미드 타운 등 세계적인 高層복합건물들이 수십 개 들어섰다. 롯퐁기 힐은 54층의 主건물을 중심으로 하여, 쇼핑센터, 공원, 호텔, 아파트, 방송국, 미술관, 전망대 등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常住(상주)인원이 수만 명일 것이다. 신도시 하나를 수직으로 올리는 개념이다.
      이런 개념의 도심 재개발이 성공하는 바람에 舊式(우리나라식이기도 하다)의 신도시 개발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방송국이 이런 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롯퐁기 힐에는 아사히 TV, 오다이바에는 후지 TV, 아카사카 미츠게 일대에는 TBS 등등. 신주쿠에 세워진 도교都廳舍도 40층이 넘는 어마어마한 건물이다.
      일본의 엄청난 財力이 불황기에 도시 재개발에 투입되었다. 돈의 실력에다가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철저함과 청결함, 그리고 디자인 實力이 가세하니 도쿄가 ‘크고도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18세기 도쿠가와 幕府 시절에 이미 인구 10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컸던 도시가 도쿄이다. 2차 대전이 났을 때는 런던, 도쿄, 뉴욕이 세계 3대 도시였다. 지금 도쿄都는 인구가 1300만 명이지만, 인근 요코하마, 가와사키 지역까지 포함한 됴쿄권에는 3500만 명이 산다. 인구 및 생산력에서 세계 최대의 도시권이다.
      한국도 수평적인 신도시 개발을 再考하고 도쿄식의 都心복합고층건물에 의한 수직적 재개발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고층복합건물을 하나의 신도시로 보는 개념을 도입하여 개발하면, 교통량,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다. 수평적으로 개발하여 자연에 영향을 주는 것보다는 고층화가 오히려 親환경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確證的이다.
      도쿄의 고층복합건물들은 모두가 아름답다. 이런 건물이 흉물이 되면 도시의 재앙인데, 디자인에 정성을 다하니 이런 멋진 건물을 보고 이용하는 것이 큰 도시에 사는 즐거움이 된다. 롯퐁기 힐과 가까운 곳에 세워진 미드타운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씨가 설계하였다. 그는 시고쿠 연안의 작은 섬 나오시마에 地中 미술관을 지은 사람이다. 이 미술관에 가보면 일본인보다 한국인들이 더 많을 때가 있다.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서울의 도로는 도쿄에 비하여 울퉁불퉁하다. 특히 步道가 심하다. 도쿄의 步道는 신문로 세안빌딩 앞의 步道와 같다. 세안빌딩은 재일교포 기업인이 일본식 기준으로 지은,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단단한 건물일 것이다. 여자들의 하이힐이 울퉁불퉁한 步道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나는 도시에서 내세우는 ‘디자인 서울’은 공허하다.
      88올림픽 이후 서울은 더러워지고 있는 추세이다. 더구나 인파가 몰리는 週末에는 청소부가 쉰다. 싱가포르가 깨끗한 것은 시민들의 청결의식이라기보다는 청소부가 많은 덕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깨끗한 건물은 새로 지은 건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진다. 도쿄에선 오래 된 건물일수록 빛이 난다.
      종로의 步道는 노점상 차지이다. 세금 내는 행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노점상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할 판이다. 좁은 골목에 양쪽으로 不法주차를 한다. 거리는 하나의 교육장이다. 이런 무질서와 不法을 일상적으로 보고 자란 사람들이 법을 지킬 리 없다. 도쿄는 계속하여 자신을 개혁함으로써 세계 1등 도시의 位相을 유지해 가는데 서울은 방콕을 닮아간다.
      최근에 開場한 광화문 광장도 개념 없는 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四方이 도로인데 매연과 소음의 한가운데 좁은 섬 같은 공간을 만들어놓고 분수만 치솟게 하면 광장인가?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조선조의 인물인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만 있고 建國 대통령 동상은 보이지 않는다. 화폐에도 조선조 인물들만 나온다. 지금이 조선인가 한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