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를 타고 출근(자출)하는 날은 좀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회사에서 샤워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치동 집에서 광화문 사무실까지 가는 저의 아침 자전거 여행 코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혼자 자출하는 날에는 양재천에 접어들어 한강 자전거길, 한남대교, 남산 순환도로, 남대문, 광화문의 코스를 택합니다. 자전거 출근을 자주하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자출하는 날에는 차도를 따라 유장관 자택이 있는 청담동에 들렀다가 함께 한강 자전거길로 나가 같은 코스를 달립니다. 유장관은 겨울에도 일주일에 두 세 번 자출을 할 정도로 자전거 마니아입니다.
    혼자 자출하는 날, 양재천을 따라 가다 한강 길에 접어들면 막 떠오른 태양의 에너지가 나의 온몸에 전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강은 흐름이 없는 큰 호수 같이 잔잔합니다. 내 머릿속에 ‘강은 흐른다’라는 인식이 없다면 그냥 호수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아침에 태양의 에너지를 만끽하고 물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 자출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바람이 없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 시원한 공기의 느낌은 내 오감을 깨워줍니다. 속도를 내려고 일부러 애쓰지 않습니다. 자출 1년 동안의 경험으로 힘들게 달려보았자 10분 정도 더 빠를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차라리 편하게 달리며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을 즐기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마주 오는 사람, 걷는 사람으로 한강 자전거길은 이른 시간에도 분주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은 주로 좌측통행을 해서 마주칠 때 혼란스럽다는 것입니다. 하여간 태양 에너지와 함께 부지런한 사람에게서 느끼는 활력은 내게 내적 에너지를 충전해 줍니다.
    한남대교는 자전거길에서 바로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전거 램프가 있습니다. 요즘 많은 다리에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한남대교를 지나 단국대 건너편 인도를 따라 남산 쪽으로 향합니다. 예전에는 차도를 따라 정방향으로 다녔는데, 남산 순환도로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가 없어 너무 위험해 코스를 바꾼 것입니다. 하얏트 호텔 쪽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이 자출코스의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심장박동을 끝까지 올려볼 수 있는 구간이지요. 여름에는 물론이거니와 겨울에도 이 구간을 오르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하지만 땀과 함께 내 마음의 찌꺼기도 쓸려가는 느낌입니다.
    남산 순환도로를 돌아 남산 도서관에서 남대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장 짜릿한 구간. 속도계가 최고 수치를 가리킵니다. 바람 가르는 소리도 즐겁습니다. 남대문에서 시청, 광화문으로 향할 때도 내 두 다리의 힘이 어느 정도 되는지 최대한으로 페달을 밟아봅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배려하지 않는 자동차로 인해 방해를 받을 때가 더 많지만요. 대략 1시간 정도의 아침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회사 내 샤워실에서 씻고 나면 저에게서 아주 긍정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전달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 또한 자출의 큰 잇점 중의 하나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자전거는 나에게 스포츠 레저 활동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전거는 나의 주요 이동수단이 되었습니다. 문화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오기 전에도 양재동 사무실에서 광화문으로 나올 때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것은 나의 작은 삶의 원칙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나로 인한 지구파괴를 최소화 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화’라는 말을 쓰는 것은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할 각오가 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문명생활을 누리면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소극적으로 녹색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가급적 적게 타고, 이동할 때는 되도록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차를 타야 할 경우 좀 부지런히 서둘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이 제가 실천하는 것들입니다.
    녹색생활실천의 대부분은 사실 좀 불편함을 줍니다. 나와 함께 자주 자출을 하는 유인촌 장관은 “부지런하고 귀찮음을 참을 수 있어야 건강하고 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늘 말합니다. 자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좀 부지런해야 하고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귀찮음, 그리고 자전거를 배려하지 못하는 교통환경의 불편함을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환경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극성스럽게 자출을 하면서 자전거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을 위한 여론을 만드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 도심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더 빨리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이제 일을 마치고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합니다. 밤길은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등을 켜고 밝은 색 옷을 입고 안전한 길로만 갑니다. 집으로 들어설 때 땀에 흠뻑 젖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얻은 에너지를 아이들과 나눌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광화문에서 더 많은 자출족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선주성<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책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