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대외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이 25일 대남비난 방송물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줄곧 사용해온 "역도" "역적패당" 등의 험구를 전부 뺐다. 북한 특사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예방 등 남북관계 변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조문단이 귀환한 23일 오후 조문단이 이 대통령을 면담한 사실을 전하는 보도물에서만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호칭하고 23일과 24일까지도 대남 비난물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종래의 험구를 그대로 사용하다 25일에야 이같은 변화를 보였다.

    이날 북한은 남북적십자회담 개최에 동의하는 전통문을 보냈고, 대남 비난물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험구 사용을 중단했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선 조문단의 이 대통령 예방 소식에 '평양시민들'이 "참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함으로써 조문단의 서울방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끝낸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방송한 '무엇을 노린 2009 을지인가'라는 제목의 방송물을 비롯해 이날 내보낸 대남 비난 방송물에서 "이명박 역도" 등 이 대통령의 실명에 "역도" 등의 험구를 붙인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무엇을 노린 2009 을지인가'라는 제목의 방송물은 북한의 특사 조문단이 이 대통령을 예방한 뒤 귀환한 23일 오후 9시45분께 처음 방송된 데 이어 24일 오전 11시40분 재방송됐던 것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험구는 그대로 사용됐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초기 관망자세를 보이다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을 새 정부가 부인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거론하고 "역도"라고 지칭하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본격 개시했었다.

    25일 오후 2번째 재방송된 '무엇을 노린 2009 을지인가'라는 방송물은 원래 방송물에 들어있던 "이명박 역적패당" 등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거나 "이명박 정권 타도"라는 문구는 아예 빼는 등 모두 10군데를 고쳤다. 이날 재방송물에선 "이명박 괴뢰호전세력", "이명박 괴뢰군부호전광들", "이명박 역적패당과 괴뢰군부 호전광들" 등이 "괴뢰호전세력", "괴뢰군부호전광들", "남조선의 괴뢰호전광들" 등으로 바뀌었다. 특히 원래 방송물에서 "이명박 정권 타도에 떨쳐나선 민심의 거세찬 격랑은 절대로 돌려세울 수 없습니다"던 대목은 이날 방송물에선 "이명박 정권 타도에 떨쳐나선"이라는 부분을 들어냈다.

    평양방송은 이 방송물에 곧이어 내보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김일성종합대학위원회 1비서 리웅일의 '<연단> 우리를 건드리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안길 것이다'는 제목의 방송물(21일 오후) 재방송에서도 "이명박 역적패당과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이"라는 부분에서 "이명박 역적패당과"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또 "날강도 미제와 이명박 패당은"이라는 표현은 "미제와 남조선 군부호전광들은"으로, "미제와 이명박 역적패당의"라는 표현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군의"라는 표현으로 각각 바꿨다.

    이날 평양방송은 '북침전쟁 책동의 돌격대', '선군의 기치는 민족대단결의 기치'라는 등의 새로운 방송물에서도 종래 같으면 이 대통령에 대한 험구가 들어갈 만한 대목에서 "남조선의 보수집권세력", "제국주의자들과 그의 사촉을 받는 역사의 반동세력들"이라는 표현만 사용했다.

    대남 통일전선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도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남의 보수집권세력", "이남 호전세력", "사대매국세력" 등의 대남 비방 표현을 하면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 험구는 쓰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대내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대남 비난 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