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익강좌 수강신청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는 대학생들.  ⓒ 연합뉴스
    ▲ 토익강좌 수강신청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는 대학생들.  ⓒ 연합뉴스

    토익 고득점자 3분의 1, 회화실력이 어학점수에 훨씬 못 미쳐 
     
    채용시 실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려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공인어학점수뿐 아니라 영어회화 실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지원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기업들이 영어회화를 측정하거나 영어말하기시험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공인어학시험의 고득점자라고 해서, 실제 높은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업이 자각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실제로 ‘어학점수와 회화실력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가 대학생 9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공인어학시험인 토익·텝스·토플 성적을 보유한 학생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대학생 10명 중 7명은 공인어학성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익·텝스·토플 성적을 보유했는가를 물었더니 전체의 65.3%(604명)이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 취업이 가까운 고학년일수록 취득률이 높았는데, 취업이 임박한 4학년의 경우 응답자의 상당수인 73.2%가 공인어학점수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어학성적인 토익을 기준으로 706점(990점 만점기준).

    분포별로는 ▶‘550~700점 미만’(30.5%)이 가장 많았고, ▶‘850점 이상(27.8%) ▶‘700~850점 미만(26.5%) ▶‘400~550점 미만(11.3%) ▶‘400점 미만(4.0%) 순으로 집계됐다.

    그럼 전체적인 학생들의 평균 회화실력은 어떨까.

    의사소통 수준에 따라 초급 미만·초급·중급·고급·최고급 등급으로 구분, 자신의 회화실력을 평가하게 했더니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회화 정도가 가능한' 중급(38.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일상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고급(26.4%)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회화를 상대방이 천천히 말해도 부분적으로 밖에 이해하고 말을 잘하지 못하는 ▶‘초급’(24.8%)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초급미만’(7.4%) 등의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2년 전 인크루트가 2007년 실시했던 같은 조사와 비교해서 눈에 띄게 향상된 수치다. 2년 전 조사결과에 비해 중급만 비슷한 수준이었을 뿐, 고급이 18.0%p, 최고급이 1.7%p 올랐다. 반대로 2007년 조사와 비교해 초급은 14.8%, 초급미만은 4.5%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학점수와 실제 회화실력에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토익 850점 이상자 가운데 회화실력이 최고급, 고급 수준인 비율은 각각 9.5%, 57.1%로 어학점수 실력 못지않는 회화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득점자임에도 간단한 회화 밖에 못한다는 중급 학생도 28.6%로 상당히 많았고, 초급, 초급 미만인 학생들도 4.8%를 차지했다. 토익 고득점자라고 할 수 있는 850점 이상 득점자의 3분의 1은 회화실력이 어학점수에 훨씬 못 미치는 중급 이하 수준이라는 것.

    회화실력이 최고급인 학생들의 수 자체도 매우 적었다. 일상생활과 비즈니스, 전문분야에 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토익점수 850점 이상에서조차 9.5%가 나왔을 뿐, ‘700점 이상~850점 미만’대에서는7.5%, ‘400점 이상~700점 미만’대까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400점 미만’대에서 극소수인 0.1% 나타나기도 했지만, 영어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기업에서 영어로 실무업무를 할 수 있는 회화실력을 갖춘 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또 초급 미만 수준은 토익 성적이 아예 없는 학생그룹(7.4%)보다 오히려 토익 성적이 400점 미만인 학생그룹(15.0%)에서 더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토익점수 850점 이상대를 제외하고는 회화실력이 초급이나 중급 수준에 집중돼, 토익 점수와 상관없이 원활한 회화가 쉽지 않은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졌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채용 시 직접적인 영어회화 평가나 영어말하기 시험의 확산으로 전반적인 대학생들의 영어회화실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도 토익 고득점을 받고도 실제 회화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점수 높이기식의 영어공부가 아닌 다양한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회화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