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에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31일(한국시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됨에 따라 한국 기록문화의 세계적 보편성이 다시금 빛을 보게 됐다.

    한국은 이번 동의보감 등재에 따라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이상 2001년),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의궤(이상 2007년)에 이어 모두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란 = 세계기록유산은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벌여온 사업이다.

    필사본, 도서, 신문, 포스터 등 기록이 담긴 자료나 그림, 프린트, 지도, 음악, 영상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전자 데이터까지 대상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는 ▲한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큰 영향을 준 자료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시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한 자료 ▲세계사 또는 세계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지역과 인물, 주제에 대한 정보를 지닌 자료 ▲형태와 스타일에서 중요한 표본이 되거나 뛰어난 미적 양식을 보여 주는 자료 등에 등재 자격이 부여된다.

    등재 결정은 2년마다 열리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가 맡는다.
    IAC는 유네스코 일반정보사업국 산하기관으로, 사서, 법률전문가, 교육학자, 저술가, 문서관리 전문가 등 30여명이 활동한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보존관리에 필요한 보조금과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되며 유네스코를 통해 기록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유네스코 전체 차원에서 진행하며, 지난달 스페인 세비야 회의에서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도 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사업에 비해 아무래도 유네스코 특정 부서에서 추진하는 세계기록유산은 중요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7년 7월 기준으로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67개국, 158건이며 '슈베르트 악보 모음집', 미국 영화 '오즈의 마법사', '카리브해 노예 기록물' 등이 대표적이다.

    ◇ 동의보감이란 = 동의보감은 선조와 광해군의 주치의였던 허준(1539-1615)이 1610년(광해군 2년) 집필했고 1613년 왕실의료기관인 내의원이 목판으로 간행한 백과사전식 의서다.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황폐화하고 환자가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처방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약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 선조가 허준에게 의서를 편찬하도록 했다.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동의보감 판본은 1613년 나온 초판어제본(初版御製本)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각각 소장하고 있으며 보물 제1085호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동의보감은 16세기까지 동아시아 의학지식과 기술을 집대성해, 현대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전범(典範)이 됐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해 편찬한 동의보감은 평민의 보건의료에 대한 책무가 국가에 있다는 근대적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재료와 치료기술을 자세히 싣고 있으며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는 양생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내경(內景), 외형(外形), 잡병(雜病), 탕액(湯液), 침구(鍼灸) 등 총 5편 25책으로 구성됐다.

    ◇ 한국 전통 의학을 세계가 인정 =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국 전통 의학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까지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중세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세계적인 중요성, 당시 동아시아에서 간행된 어떤 의서보다 체계적으로 서술된 독창성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동의보감은 고대에서 17세기 초까지 아시아의 의학적 지식을 총정리하고 있으며 편찬된 이후 현재까지 한의학적 치료에서 기본적인 의서로 사용돼 왔고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반영하는 자료의 의미도 크다.

    17세기 이후 가장 널리 사용된 의서로 일본과 중국에까지 전해져 동아시아 전통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400여년 동안 한국뿐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등지에서도 30여 차례 이상 간행돼 기초 연구서로 활용돼왔다.

    동의보감에서 정리한 전통의학 지식은 임상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현대 의학지식 속에서 체계적으로 재해석돼 의학 발전을 꾀하는 연구에도 기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