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시작을 알렸지만 여의도 1번지는 미디어법 통과로 냉랭하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또 거리로 나갔다. 100일간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9월 정기국회도 '반쪽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도 뿔난 야당을 달랠 생각은 없다. '민생행보'를 주장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야당 공격에 적극 맞서 싸우자는 요구도 빗발친다. 여야 모두 대화 창구는 닫았다. 정기국회 기간인 10월에는 재·보궐선거도 있어 정치권은 그야말로 으르렁댈 일만 남았다. 국회 계류중인 민생법안만 3586건에 달하는데 몇개나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회의적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지난 4월 당시 평의원이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묘한 당을 하나 만들어 여론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름하여 '목욕당'. 국회의원회관 내 체력단련실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는 여야 의원의 친목 모임인데 안 원내대표가 추진해 만들었다. 여야 의원 47명이 가입한 모임인데 민주당의 직전 원내대표 원혜영, 현 정책위의장 박병석, 미디어법 반대 최전선에 있는 전병헌 의원 등도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최인기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있고 여야 의원 저마다 목욕탕 관련 '당직'을 갖고 있다.

    당시 이들이 배포한 '목욕당' 창당 배경 보도자료에는 "민의의 전당 국회가 언제부턴가 서로 상대방을 증오하면서 격투를 벌이는 장소로 변질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여당만 있고 야당은 없는 국회는 필요없고, 야당만 있고 여당이 없는 국회도 필요없다. 서로 아끼고 양보하는 상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씌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목욕당 창당 주역들이 현 여야 대치 정국 최전선에 있다.

    회의장소가 목욕탕이 아니라서 상생 국회가 안되는 것일까. 목욕당 창당 당시 의원 47명에게 갖가지 '당직'을 만들어주면서도 목욕탕에 가면 가장 필요한 목욕관리사(일명 때밀이)가 없어 네티즌들로부터 "결국 뒤치다꺼리는 국민 몫이냐"는 비판을 받았는데 '정말 때밀이가 없어 목욕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여야는 제 살길만 찾고, 제 갈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