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민생'을 들고 미디어법 통과 후폭풍을 정면돌파하려 한다.

  • ▲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원내대표가 동료의원들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법 무효를 주장하며 '100일 장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과 상반된 행보로 국정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7일 당 공식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민생'을 강조했다. '지역경제 살리기'현장점검이란 민생탐방 프로그램도 이날 내놨고 허태열 박재순 최고위원과 김성조 정책위의장, 심재철 국회 예결위원장 등은 당장 이날 오후 여수세계박람회 준비 현상을 방문했다.

    본격 휴가철이지만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외유자제령'도 내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1인1건 서민정책 발표'와 '1인1지역 민생탐방'이란 숙제까지 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 원내대표는 "외국출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휴가기간 동안 국회의원은 최소한 1인1건의 서민정책을 제시해주고, 적어도 한군데 이상 민생현장 탐방을 실시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군데 이상 탐방하면 백수십곳을 탐방할 수 있고 서민정책도 백수십건이 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문제는 이런 한나라당 민생행보의 진정성인데 '국면전환용'으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풀 꺾였지만 한나라당은 9월 조기 전당대회를 두고 계파간 힘겨루기 중이다. 곧 있을 청와대 개편에 발맞춰 당을 재정비해 미디어법 통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전시키자는 게 당 주류가 내세운 명분이다. 이렇게 되면 친이-친박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9월 전당대회가 이뤄진다면 정기국회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생행보'를 강조하면서 가장 큰 당내 정치행사를 준비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안 원내대표가 이날 '외유자제령'을 내리고 '1인1건 서민정책 발표 및 민생현장 탐방'이란 과제도 내렸지만 이 역시 실현가능성은 낮다. 안 원내대표의 이런 주문에 참석한 소속 의원 반응도 차가웠다. 또 이미 상당수 의원이 휴가를 떠났고, 일부 의원은 해외출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도 169명 의원 중 90여명만이 참석했다. 미디어법이란 전쟁을 치른 의원회관도 휴가로 텅빈 상태다.

    민주당의 공격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민생행보'에 주력하겠다던 당초 계획도 반나절만에 뒤집혔다. 이날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선 "민주당의 표결방해 사례를 수집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고 안 원내대표도 "매일 한건한건씩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적극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