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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통과로 정치권은 격랑에 빠졌지만 23일 한나라당에선 주목할 만한 선거가 있었다.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였는데 친이 주류의 절대우세지역 서울에서 소장파와 중립성향 및 친박계가 지원한 권영세 의원이 이재오계 등 주류측과 정몽준 최고위원의 지원을 받은 전여옥 의원을 큰 표차로 이겼다.
모 언론은 '한나라당 대의원의 반란, 주류측 한방 먹다'라고 평했는데 이 선거 결과는 앞으로 있을 주요정치일정을 여당이 어떻게 소화할 지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최대 관심사는 '과연 실세라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의 당내 힘이 얼마나 되느냐'였다. 권 의원 추대로 가는 듯 했던 서울시당위원장 선출이 경선으로 뒤바뀐 데는 이 전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알려졌다. 이 선거를 자신의 당 복귀 리트머스 시험지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인데 이를 계기로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화려한 복귀를 하려했던 그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이재오계의 판단은 다른 듯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로 조기 전당대회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오히려 이재오계는 '9월 전당대회' 카드를 꺼냈다. 정두언 공성진 등 친이계 의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런 요구를 하며 전당대회를 이슈화하고 있다. 정 의원은 23.24일 잇따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지도부가 제대로 역할을 한다고 보는 사람이 있느냐"며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주장했다. "청와대·내각이 새로 개편되는데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 전 의원 최측근으로 불리는 진수희 의원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의 10월 재보선 출마도 9월 전당대회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계가 이를 수용할지인데 이들은 '절대수용불가' 입장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9월 조기 전당대회를 물으면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절대 안된다" "100% 안된다고 본다" 등이 대다수 친박계 반응이다. 특히 이 전 의원 복귀가 내키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크고, 그가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하며 복귀를 저울질 하는 모습에는 매우 불쾌한 모습이다. 전날 서울시당위원장 선거 결과를 이 전 의원 복귀와 연결시키는 것도 그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