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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사이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사안마다 제1, 2야당으로 공조해왔던 두 당 사이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 2중대'(민주당) '떼법당'(선진당)이라며 서로를 비난한 때부터였다. 그래도 이들은 여당 단독국회 반대나 국회 검찰개혁특위 설치 등에서는 입을 맞추며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제 1야당이면서도 84석이라는 초라한 의석수 탓에 야당공조가 절실했던 민주당은 선진당에 간간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선진당이 비정규직법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판하자 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다시 관계가 틀어지게 된 것.
이번엔 미디어법 때문이었다. 앞서 22일 선진당이 미디어법 수정안에 찬성하고 표결에 참여하기로 한 것에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회창 총재가 여태껏 강조하던 대쪽, 법과 원칙 다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사이비 야당이고 한나라당 2중대임이 분명하지 않느냐"고 막말을 쏟았다.
선진당은 발끈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즉각 "단식은 정세균 대표가 하는데, 정작 신체이상은 김유정 대변인에게 온 모양"이라며 "민주당 입지가 너무 좁아져 상황이 급박해지자 또 몹쓸 병이 도졌다"고 맞받아쳤다. "낡은 축음기 틀어대듯 '한나라당 2중대'발언을 하며 발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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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운데)는 24일 국회 당 5역회의에서 "야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면 2중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초짜로 모르는 무식한 흑백논리"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왼쪽은 심대평 대표, 오른쪽은 류근찬 원내대표 ⓒ 연합뉴스
이회창 총재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24일 당 5역회의에서 "미디어법 수정안에 찬성하고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2중대라고 비난하는데 참 어처구니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총재는 " 자신들의 생각과 같으면 괜찮고 다르면 2중대라고 욕하는게 정상이냐"며 "미디어법이 민주당 주장대로 MB악법이든 아니든 이 법에 대해서는 누구나 각자 독자적 견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은 모두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 여당 2중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초짜도 모르는 무식한 흑백논리"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민주당은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냉정히 생각해봐라"면서 "한나라당 수정안이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한다면 '제2중대' 운운하는 말은 안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욕하는 못된 버릇은 고쳐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 그는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국회에서 벌인 '국회난동'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민주당은 처음부터 어제같은 난장판으로 사태를 이끌어온 책임이 있다"며 "당 대표가 MB악법 철폐라는 말을 내세워 단식 투쟁하는 마당에 무슨 협상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총재는 "출입을 막고 방해한 민주당이 무슨 낯으로 민주주의를 말하는가"라며 "민주당은 의사당 안에서 회의장 출입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는 면허라도 받은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에는 "우리끼리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만해지고 그 오만해진 눈으로 야당과 국민을 보기 시작할 때 그때가 한나라당의 가장 큰 위기이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때"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