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회에서 여야 몸싸움 끝에 미디어법이 처리되는 과정에 잊혀진 또 하나의 미디어법안이 있었다. 바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이날 신문법, 방송법, IPTV법은 직권상정에 따라 통과됐지만 정보통신망법은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6월 국회에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면서 "좀 더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난달 포털사이트 CEO 들과 만나 정보통신망법만은 직권상정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미디어법과 달리 정보통신망법은 여야간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인다. 탤런트 최진실 자살 사건 이후 인터넷상의 욕설과 명예훼손 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신문법과 방송법 등 대형 이슈에 묻혀버린 결과다.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의 원천 봉쇄로 논의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직권상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됐으며 사이버 모욕죄나 포털업체의 검열 의무 등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법안 처리를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도입이 인터넷 선도국가로서 성숙된 문화를 이끄는 데 절실하다는 의견과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인터넷 공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23일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저작권법과 함께 사이버모욕죄도 신설된다면 사이버 공간은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악성댓글'로 인한 범죄가 급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인터넷상에서 국민 권익 보호와 피해자권리 구제 장치 필요성에는 다수가 공감한다. 해외 주요국은 법률과 자율 규제 방식을 통한 인터넷 규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안에는 기존 형법상 모욕죄보다 처벌을 강화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이버 모욕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고 친고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변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적용할지 명확하게 담고 있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