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미디어법 처리 방침에 'NO'라고 말한 배경은 무엇일까. 여야가 이 법안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벌이는 상황이고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이 얼마나 클지 박 전 대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더구나 당 지도부가 예고한 미디어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그의 측근들이 나서 3시간만에 진화했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20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

    안상수 원내대표가 회의장 맨 뒷자리에 앉은 친박계 최고중진 홍사덕 의원을 찾는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 "박 전 대표도 투표 참여할 것"이라는 말을 흘려 사태 발단을 만든 장본인인데 그는 홍 의원에게 뭔가를 얘기했다. 그 후 두 사람은 동시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다시 안 원내대표가 홍 의원을 찾아 "그럼 안 하시는 걸로…"라고 말했고, 홍 의원도 됐다는 듯 손짓을 했다. 

    홍 의원은 전날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 반대 발언으로 파장이 일자 박 전 대표와 직접 통화한 뒤 "미디어법을 처리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양보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수습한 주인공이다. 안 원내대표가 이날 회의 전 홍 의원을 찾은 이유는 그에게 박 전 대표 발언과 관련해 다시 해명을 부탁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 'NO'발언이 나온 원인을 안 원내대표 탓으로 보고 있다. 전날 안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도 오늘 출석하진 않았지만 (내일)표결엔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했는데 정작 박 전 대표는 본회의 참석 여부를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미디어법 발언에 대해 "안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안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화까지 냈다고 한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는 것은 친이쪽에서 (박 전 대표를) 흔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홍 의원이 박 전 대표 발언을 해명하고 진화했지만 한나라당은 찜찜하다. 특히 친이 진영은 매우 불쾌하다.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어차피 합의가 안될텐데 그럴 바에는 더 시간을 끄는 것 보다 어정쩡한 상황을 빨리 정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