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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자 전날 밤 자진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문제를 꺼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러 의혹과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한나라당은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적격' 판정을 내렸다. 결정적 흠은 없다는 게 결론이었는데 하루도 못돼 결과가 뒤집히며 집권여당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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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15일 6월 임시국회 원포인트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박희태 대표와 안 원내대표 모두 전날 오전만 해도 "아침 신문을 본 바로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흠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소박한 생각은 들고 있다"(박희태, 14일 오전 라디오에서), "부동산 투기가 아닌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위장전입한 것으로 부적격 처리된 경우는 없다"(안상수, 14일 기자들과 만나)고 감쌌다.
하루도 안돼 뒤집힌 결과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도 기민하게 대응했다"고 전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경과를 설명했다.
"그제 밤(13일. 인사청문회 당일)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을 비롯한 많은 분이 전화해 문제가 심각하고 민심도 좋지 않다고 했고 어제(14일) 아침 법사위원 간담회를 소집하고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권경석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이 '그야말로 민심이 아주 좋지 않다'고 해 논의를 멈춘 뒤 오전 9시 40분 법사위원 9명 전원을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실제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얘기를 종합해보면 '문제는 있는데 다만 대통령이 아직 귀국하기 전이니 귀국한 후 결단할 수 있도록 우리는 조금 시간을 늦춰 우리 입장을 전달하자'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이 추천한 분인데 이 부분에 관해 결정은 좀 천천히 하자'고 해 보고서 채택은 보류하게 된 것이다. 다만 야당에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대통령이 여러 입장을 고려해야 되니 우리 당에서는 적절한 스탠스를 취해놓고 있자고 해 그렇게 결론을 내고 간담회를 마쳤다. 간담회 직후 나는 바로 청와대와 통화해 간담회 결과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적어도 하루이틀 내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나는 바로 박희태 대표에게 보고를 했고 박 대표도 많은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점심 무렵 다시 한 번 청와대와 전화해 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하루이틀 정도 검토를 할 것으로 봤는데 어제 밤 전격적으로 결단이 내려졌다"면서 "아마 한나라당 뜻과 청와대 뜻이 이번에는 일치하고 그것을 천 후보자가 제대로 파악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자평했다. 안 원내대표의 이런 경과보고에도 소속 의원과 지도부 표정은 어두웠다. 박 대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문제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재확인시킨 셈이 됐고, '서열 파괴 인사' 천성관 내정으로 1차 혼란에 빠졌던 검찰이 대혼돈을 겪으며 크게 흔들리는 점은 현 정권으로서도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당장 야당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할 태세다. 당내에선 자칫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법안 6월 임시국회 처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