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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사의 수락 여부와 관련,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전날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호우대책을 점검한 뒤 청와대로 돌아오자마자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대변인으로부터 국내 상황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각각 작성한 천 후보자 관련 보고서가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당시 정무수석실은 '즉각 교체'를 건의한 반면, 민정수석실은 조금 더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자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무수석실은 이날 오전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로부터 당내 심각한 여론을 전달받았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이날 천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으나 결국 '판단유보'라는 심상찮은 결론을 냈다.
이처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자 이 대통령은 천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오후 내내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후 야당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교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온데다, 언론 보도도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쪽으로 흐르자 오후 6시께를 기점으로 청와대 내에선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힘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정동기 민정수석, 이동관 대변인과 긴급회의를 갖고 천 후보자 문제를 숙의한 끝에 오후 8시께 교체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 대변인이 천 후보자의 일본 골프 외유 의혹이 천 후보자의 거듭된 부인과는 달리 사실로 확인됐다고 보고하자 "거짓말하면 안 되지. 안 되겠구만…"이라며 내정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의무)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처신이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시간이 이 대통령이 교체 의사를 굳힌 지 30분 정도 뒤인 점을 볼 때 청와대와 천 후보자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 나아가 사실상 이 대통령이 먼저 천 후보자에게 내정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달하자 천 후보자가 사의를 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 후보자는 오후 8시32분께 `사퇴의 변'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 사의 수용 소식을 전해듣고 "오늘 오전 법사위원과의 간담회 후 당의 심각한 분위기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면서 "당초 청와대가 하루 이틀 여론추이를 본 뒤 결정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