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5일간 모두가 보다시피 해고대란은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부당해고를 감독하기는커녕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이미 해고 통지한 사람들을 해고통계에 넣어 숫자를 부풀리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싸고 추 의원은 현행 비정규직 사용기한 2년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결사 반대를 외치면서 '추 실업''한국판 여성 돈키호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추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원칙과 소신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며 시행유예를 압박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해 설치한 노동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지원대책단'은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5일간 보시다시피 해고대란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추 의원은 "노동부는 공기업 뿐만 아니라 민간부분에 대한 감독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5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법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해고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고 박사·조교도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해고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금융권 유통업 제조업 등 많은 분야 기업에서 상당수의 정규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곧바로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기업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고용안정성을 갖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것도 어렵다면 동종 기업과 일자리 바꾸기도 하고 있다"며 "정부는 해고대란설을 강변해왔지만 시장은 오히려 숙련인력의 확보 차원에서 해고보다 계속고용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한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화를 거론하며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해고 불안에 떨어야 하기 때문에 임신할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더라. 정규직 한번 되고자 일하는 사람에게 부질없는 헛된 꿈이라고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회견 도중 감정이 복받쳐서 울먹이던 추 의원은 대중가요 '거위의 꿈'의 노래가사를 운위한 뒤 "이 땅의 서민은 비정규직 신세에서 벗어나 정규직 한번 되는 게 소박한 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고용유연성'은 서민에게 그런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선진과창조의모임 문국현 원내대표는 비공개회담을 열어 비정규직법 등 쟁점 법안을 논의했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한시간 가량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국회 등원 조건을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회담에서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법 시행을 1년 6개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 원내대표와 문 원내대표는 법은 그대로 시행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