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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늦게까지 회의가 길어질 수도 있다" 15일 한나라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 김선동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16일 청와대 인적쇄신을 포함한 쇄신위의 '국정쇄신 잠정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민감할 수 있는 인적쇄신 문제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라서 위원간 토론이 길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잠정안이 늦게 나올 것이란 예상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런데 쇄신위는 16일 오후 2시가 되자 브리핑을 했다. 토론이 길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잠정안 마련이 쉬웠던 것일까. 아니었다. 김 대변인이 갖고 온 브리핑 내용은 "합의안은 도출됐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방미 외교활동 중인 관계로 예의 차원에서 발표는 대통령 귀국 뒤 청와대 보고 절차를 밝은 뒤 하겠다"는 것이었다.
김 대변인은 거듭 "대통령 방미 기간 중 국정쇄신안을 발표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여기까지만 브리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해달라"는 말도 곁들였다. 청와대 인적쇄신을 포함한 '국정쇄신안' 발표는 지난주부터 예고해 왔던 것이고 이 대통령 방미 일정 역시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것이라 쇄신위 발표연기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갑작스런 입장 변화는 비판 소지가 크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둘러쌓였다. 당장 "이 대통령 일정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항의성 질문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고만 했다. 더구나 쇄신특위는 이날 만든 '국정쇄신안'을 먼저 언론에 발표해 청와대에 간접 전달하겠다는 사전 계획도 뒤집었다.
전날 청와대 전달 형식은 "언론 발표를 통해 하겠다"고 했는데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절한 채널을 통해 원 위원장이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고 피드백을 받은 뒤 적당한 시점에 언론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시 "어제는 언론에 발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나왔는데 김 대변인은 "종합적으로 충분히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청와대 보고 뒤 이날 합의한 잠정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혹이 가능하다. "잠정안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러면 청와대 보고 뒤 언론에 발표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항의를 들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