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안팎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미국 방문을 끝낸 뒤 귀국해서도 많은 의견을 계속 듣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17차 인터넷·라디오 연설에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여권 내부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또 야당이 거리로 나가며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며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마음이 혼란스럽고 또한 이런 저런 걱정이 큰 줄로 알고 있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의견이 올라와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고, 언론에 투영된 의견이나 시중의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를 바라는 다양한 목소리를 잘 녹여내서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의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 이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경제가 터널 끝에 희미하나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지난 1/4분기에는 OECD 국가 중 우리 한국만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렵지만 우리가 희망을 가져도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서 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때는 결코 아니며, 이번 위기가 우리만 잘 한다고 풀릴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아직도 안팎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이 대통령은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위기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서민들이 경제회복을 체감하는 데는 거꾸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 정책에 역점을 둬 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세심하게 살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일부 감세 정책 때문에 정부가 부자를 위한 정책을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이 정부 들어와서 추진한 감세의 약 70% 가까운 혜택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이 대통령은 말미에 "이번 미국 방문에서 꼭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제 국민들의 흩어진 마음을 한데 모으고 안보와 경제, 특히 민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할 때라 생각한다. 저와 정부도 부족한 부분을 메꿔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