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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가 왜 전당대회를 반대한다고 보나'
이 질문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친박계는 전당대회에 부정적이다. 현 위기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에서 비롯됐기에 '쇄신' 역시 국정운영 기조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이정현 의원은 "박희태 대표 사퇴 문제가 지금 국민의 관심이냐"며 "정작 쇄신할 곳은 장막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점도 내세운다. 4·29 재보선 참패 때도 '대안부재'로 인해 지도부 교체 요구가 힘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그림이 안 그려지니까"라고 했다. 박희대 대표가 8일 자신에 대한 조기사퇴 요구를 거부한 명분도 여기에 있다. 이대로 전당대회를 치러봤자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쪽짜리 전당대회는 분열의 전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참여할 리 없고, 친박계가 빠진 전당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고민에서다.
실제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전대 참여 가능성을 제로로 보고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저쪽에서 변하지 않고 박 전 대표에게 나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고 한 3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나올리 없다"고 못박았다.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측근 의원들도 전대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카드가 무산되는 상황을 경험한 만큼 박 전 대표가 탐탁치 않아하는 전대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 한 측근은 "누가 나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는 고민도 있다. 재보선 참패 뒤 한 측근은 "여기까지는 괜찮을 수 있지만 더 이상 뒷짐지고 있으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10월 재보선에선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등을 나서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결국 나설 시점을 보고 있다는 것인데 친박계는 그 타이밍이 지금은 아니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측근 의원들이 지금의 상황을 "현 지도부의 잘못이 아니라 공천의 잘못에서 비롯"(이성헌 의원), "17대 국회에서 당혁신위원회가 만든 현 당헌·당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유정복 의원)고 진단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상대방 잘못만 탓하고 있기에는 당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지율은 민주당에 역전 당했고 10%대로 내려앉았다. '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박 전 대표가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한 측근은 "저쪽에서 국정운영을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친이계가 뒷짐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손에 흙먼지 묻히기 싫다는 것 아니냐"고 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