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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와 쇄신파가 부딪쳤다. 쇄신파가 박희태 대표에게 요구한 사퇴시한이 이날까지였기 때문. 그런데 박 대표는 오전 당 공식 회의에서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고 쇄신파는 각자 향후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연판장을 돌리고 천막농성을 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왔는데 아직 실천은 없다. 이 사이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이 박 대표와 지도부를 만났다. 그리고 중단됐던 쇄신특위 회의가 오후 열렸다.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회의 결과는 쇄신특위가 6월 말까지 최종 '쇄신안'을 만들어 박 대표에게 전달하면 지도부는 이 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원 위원장은 쇄신특위 브리핑에서 "박 대표는 '당에 근원적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쇄신특위도 화합 전당대회를 위한 정치일정을 포함해 쇄신안을 빠른 시간 내로 최고위원회에 넘기면 전폭 수용하겠다'고 말했다"며 "쇄신특위가 정치일정을 포함한 안을 넘기면 지도부가 전폭수용하겠다는 것은 모든 최고위원들이 다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6월 말 이전에 쇄신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현 지도부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데는 박 대표와 쇄신파가 합의를 봤다. 그러나 이날 양측 합의사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곳곳에 허점 투성이다. 일단 박 대표가 원 위원장 요구에 '조건부 수용'이란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박 대표는 쇄신특위에 '화합 전당대회'를 할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 공을 다시 쇄신특위에 던진 셈인데 이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를 어떻게 전당대회에 참여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원 위원장은 '박 전 대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쇄신특위 단일안을 만들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해진 대로 움직일 것 같으면 정치가 아니죠"라고 했지만 정작 이날 쇄신특위 회의 도중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화합형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도 쇄신특위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원 위원장은 '박 전 대표와 사전협의 여부'를 묻자 "앞으로 풀어갈 과제"라고 했고 접촉 사실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날 원 위원장이 박 대표에게 사실상 박 전 대표를 추대하는 '화합형 대표 추대안'을 제안했다고 보도됐지만 원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친박계는 이에 부정적이다. 현 지도부에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쇄신특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까지 했던 원 위원장이었지만 이날 그는 "최소한 계절이 바뀌기 전에는 달라진 지도부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더구나 쇄신특위의 초점은 '쇄신'에서 '화합'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당내에서조차 "쇄신특위가 아니라 '화합특위'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