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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합 후쇄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친이(親李)다"
한나라당 친박계 한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어이없는 듯 웃었다.
친이계는 '쇄신' 방안으로 전당대회를 요구한다.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박희태 대표 이미지로는 이제 곤란하다"고 했다. 지금의 국면전환을 위해선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려면 당 얼굴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속내는 현재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공천 당시 공천심사위에서 활동한 임해규 의원이 지난 4일 연찬회 자리에서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며 복당 친박 의원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하고 비주류와 친박계 의원들이 당 전면에 나서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 난국을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합'이라 고 보기 때문이다. 또 박 전 대표가 당을 맡는다면 10월 재보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도 '해볼 만 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으면 적어도 친박계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라도 나와 당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들의 진정성이다. 390여분간 모두 47명의 의원이 '쇄신' 문제로 자유토론을 벌였고 토론장 밖에서도 많은 의원이 취재진과 만나 쇄신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는데 전당대회 필요성을 주장하는 친이계 의원들은 한결같이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재오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내가 온 몸으로 막겠다"(임해규 의원)는 발언 부터 "특정 정치인 이해를 대변하는게 아닌 진정성이 담긴 제안"(권택기 차명진 의원)이란 주장까지 한결같이 진정성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이들의 발언은 친박계에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이미 얼마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의 속내를 다 들췄기 때문. 이때 친이계 의원들은 안상수 의원이 큰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되자 "이번 경선으로 (양 진영의) 세를 확인한 셈"이라며 그간 번번히 밀렸던 친박계에 '한 방 먹였다'며 한껏 고무된 바 있다. 바쁜 장관 겸직 의원까지 투표에 참여시킬 만큼 친이계는 단단히 벼르고 당시 선거를 치른 셈이다. 이어진 주요당직 인선에서도 친이계 핵심 의원들을 포진시키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멀지도 않은 2주전 일이고, 당직인선은 사흘 전이다.
'2주전 원내대표 경선 때 확실히 편을 갈라놓고 이제와 화합하자고 손 내미는 것은 모순된 주장 아니냐'고 묻자 친이계 한 초선 의원은 "우리만 그렇게 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친박계가 친이계의 전당대회 요구를 "일회성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