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상겸 동국대 교수. ⓒ 뉴데일리
    ▲ 김상겸 동국대 교수. ⓒ 뉴데일리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한동안 온 나라가 망연자실하였다. 우리 사회가 추모 분위기에서도 갈등과 반목으로 심한 몸살을 앓는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누구보다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핵심 책임자이다. 그런 민주당이 6월 5일자 A5면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겠다며 "서거 정국"으로 몰아가려 한다. 노 전 대통령과 단절했던 시간을 후회하면서 그의 정치 이념을 살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후회로 끝날 뿐이다. 지난 정부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한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시 원내 반수가 넘는 제1당이 되었다. 그렇지만 여당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은 후 다시 민주당으로 통합하여 등장한 제1야당은 전직 대통령의 비리혐의사건과 관련, 냉정하게 선을 긋고 절연하였다. 그러다가 그의 사후에 갑자기 정치적 이념을 승계하겠단다. 특정인의 노선을 추종하거나 그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은 정당의 본뜻을 몰각한 행위다. 기사도 단순히 사실 적시에 그칠 게 아니라, 이를 읽고 판단해야 할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하여 좀더 심층적으로 전후 전환관계를 밝혀줘야 할 것이다.

    헌법이 정당을 보호하고 그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국가에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자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시켜 국정에 반영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당의 조변석개(朝變夕改)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당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6월8일자 편집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