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해외여행을 다녀오지도 않았고, 감염자 혹은 감염 추정자와 직접 접촉을 한 적도 없는 고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40~50명에 불과했던 감염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일본 '신종플루대책본부' 19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체 감염자 수는 178명으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감염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등학생들이 일반인들보다 활동성이 높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집단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미 감염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확인된 신규 감염자는 오오쿠라고, 고오베고, 다까사고고, 야시카고 등 오오사까(大阪)와 고오베(神戶) 지역 고교생 수십명을 포함, 은행에 근무하는 20대 여성, 전철역 구내 가판점 종업원 등 보통 학생 및 사람들이다. 또한, 1세 및 5세 영유아 2명이 부모를 통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상업과 관광이 발달한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확산의 원인을 찾고 있지만 이미 학교, 직장, 가정 등을 통해 신종플루가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일본인들은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일본 교육당국은 학교를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휴교령을 내리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9일, 현재까지 유치원과 학교 4천43곳이 휴교에 들어갔거나 휴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교생 및 직장인 집단 감염이 확인된 오오사까시의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 지사는 18일, 신종플루에 대한 '유행경계선언'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도 같은 날 오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주재로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감염지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행동계획을 현행 제2단계인 '국내발생기'에서 제3단계인 '감염만연기'로 격상하는 것은 보류했다. 일본 사회가 '심리적 아노미'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 측에서 '도시 기능 마비 우려'를 이유로 정부에 유연한 대응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 사회를 휩쓸고 있는 공포와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WHO(세계보건기구) 긴급위원을 겸하고 있는 타시로 마사또(田代眞人)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장은 1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일본 내 감염자 수가 이미 1000명 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 일본 사회에 또 한번의 충격을 주었다. 타시로 소장은 "현재까지 감염 위험단계가 6등급이 아닌 5등급에 머물러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감염자 분포가 주로 북미지역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 상황이 계속 악화되느냐에 따라 위험단계를 6등급으로 올릴 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당국, 보건당국의 '엇박자' 행정도 일본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시모토 지사는 17일, 마스조에요오이찌(桀添要一) 후생노동상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어 "'강독성' 조류 인플루엔자를 상정한 국가 행동계획을 '약독성'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시모토 지사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명에 대한 리스크가 높다면 영업금지 등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오오사까, 고오베 등에서 신규 감염자가 무다기로 확인됨에 따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바램과 압력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당국의 '당황한 모습'도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기타큐우슈(北九州) 교육위원회는 17일, 지난 12일 오오사까시와 고오베시를 수학여행차 방문한 관내 10개 중학교 학생 1096명과 교사 85명 등 총 1181명에 대해 '7일간 출석정지'를 명령했다. 동 교육위원회 담당자는 17일 "'감염이 의심되는 학생이 있는 경우 학교장이 출석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학교보건안전법 19조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학교는 지역과 교류의 장인 만큼 감염거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 하에 위기관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웰빙'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불안감도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오베 마쓰리'(神戶祭)가 전격 중단된 것을 비롯, 오오사까와 고오베 지역 중심가 호텔 및 영화관 예약도 수십건씩 무더기로 취소되고 있다. 대형마트 및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마스크가 순식간에 매진되면서 이를 구매하기 위해 뒤늦게 온 손님과 종업원 간 다툼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10여개 가게를 돌아다녔다는 한 일본인 주부는 "불안하고 피곤하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학교 및 보육시설이 일제히 휴교 상태에 들어가면서 맞벌이 부부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자녀를 시골에 있는 부모에게 보내기 위해 월차휴가를 내는 사람, 손자 및 손녀를 돌보기 위해 상경하는 노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등 일본 사회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