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국이 민주당의 새 대표 선출로 차기 총선에 대비한 선거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대표 체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가 정치자금 문제로 인책 퇴진한 데 따른 '부(負)의 유산'을 정리, 면모를 일신하는 한편으로 당의 결속을 다지는 일이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대표와의 맞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표선거에서는 여야 정권교체를 향한 '거당일체'라는 명제 앞에서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만한 노선 대결이나 감정의 앙금은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구성원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고, 출신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집행부 구성과 선거 전략 등을 놓고 갈등이 표출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론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오자와 시대와의 선 긋기도 논란이 될 공산이 크다.

    하토야마 대표는 당선 인사말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관료정치를 타파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펼치기 위해 "당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하는 총력전을 펼쳐 정권교체를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곧바로 집행부 구성에 착수, 이번에 겨룬 오카다 부대표를 요직에 기용하고, 오자와 전 대표에게도 집행부에 참여토록 요청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하토야마 체제는 전임 오자와 체제에서 '트로이카'의 한 축을 맡은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도 참여하는 간부회에서 당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그동안 간사장으로서 오자와 전 대표를 충직하게 보좌해왔고, 이번 대표선거에서도 당내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오자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오자와 섭정의 대리인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그러나 이에 대해 "오자와의 꼭두각시는 되지 않을 것이며, 하토야마의 컬러를 확실히 내는 집행부가 될 것이다"고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초 오자와 전 대표의 측근 비서가 중견 건설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관리해온 혐의로 전격 체포된 뒤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정권 교체를 향한 순항에 급제동이 걸렸었다.

    대표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민주당도 어느 정도 선거 덕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의원 해산까지는 최대 석 달여의 시간이 남아 있다. 중의원 해산권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여론의 동향을 살펴 자민당에 최대한 유리한 시점을 골라 해산 및 투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대표 체제가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에 따라 여론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확인되고 있은 만큼 새 지도부가 이런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