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 뉴데일리
    ▲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 뉴데일리

    풍요 속의 빈곤, 다수의 횡포, 환경파괴 등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가장 중대한 문제들이 처음으로 분명하게 등장한 것은 19세기 영국 사회였다. 이 문제들을 가장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던 사람이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경제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노동자,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19세기 사상가 밀. 독자들은 책 속에 녹아 있는 200년 전에 태어난 이 사상가의 이야기 속에서 알맹이 없는 명분론만을 주장하며 충돌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숙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 지금 한국에서 200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상가에 주목해야 하는가?

    영국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 살던 19세기 영국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달성하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산업사회를 세계 최초로 확립한 사회였다. 그 덕에 영국은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되었으나 동시에 여론과 국민정서를 이용한 다수 대중의 횡포, 빈부격차, 행정부와 의회의 부패와 무능,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인한 인간소외, 환경파괴 등과 같이 요즘 우리도 겪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었다.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이 문제들의 해결책을 평생 모색하던 밀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입장에서 봐도 의미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 보장, 관용의 풍토 확립, 무상 초등교육, 최저생활보장, 노동조합 육성, 상속과 토지의 사유재산권 제한, 산아제한, 이민 장려, 의회와 행정부의 상호 견제, 중대선거구제의 도입, 환경보호를 위한 개발의 중단, 타인의 행복에서 기쁨을 느끼는 고양된 개인주의 등이 밀이 제시한 방안들이다.
    밀의 위대함은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보다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태도에 있다. 그는 차가운 머리와 더운 가슴을 모두 갖춘 지성인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자유가 상실되고 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며 권력투쟁과 직업배분과 관련한 갈등 때문에 사회주의 사회가 건설되더라도 붕괴될 수 있음을 이미 1870년쯤에 정확히 예측한 것도 그의 놀라운 예지력을 보여 준다. 그는 인간의 인식능력이 불완전함을 깊이 깨닫고 오만과 독선을 경계했으며 자기와 생각이 다른 말을 경청했다. 욕심 때문에 머리는 더워지고 가슴이 차가워진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인 같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풍부한 지식만이 아니라 올바른 윤리의식이 갖춰질 때에 비로소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이 밀을 ‘이성의 성자’라고 부른 것은 당연하다.
    밀의 절충주의도 우리가 배울 바이다. 밀은 자본주의와 공정한 분배, 개인 자유와 사회전체의 복지와 같이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양립시키려 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 개인의 자유와 사회전체의 후생,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열정과 신중함, 자본가와 노동자 등 서로 갈등관계에 있는 것들이 함께 존재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밀의 개량주의도 귀 기울일 만하다. 밀의 지적처럼 인간의 인식능력은 한정돼 있으므로 어떤 선택의 결과를 미리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 가지 개선책을 한꺼번에 전체에 적용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개선책을 부분적으로 동시에 시행해 그 결과들을 봐가면서 점진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또 밀이 말한 것처럼 사회발전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수준이므로 제도만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개선에는 긴 세월이 걸린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제도 개선에 너무 용감한 것이 지금의 우리 정부다.

    기파랑 펴냄, 28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