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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류로 불리는 친이명박계는 이번 4·29 재보선 참패 뒤 박근혜 전 대표에 내심 불만이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가 지원유세에 나섰다면 전패란 수모는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무소속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거운동을 했음에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그의 침묵은 사실상 '지원'으로 비춰졌다.
불만은 크지만 대놓고 비판은 못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의 힘을 재확인 했기 때문. 주류 측 누구도 섣불리 박 전 대표를 비판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여론이 그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재보선 때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론조사를 해 발표했다. 그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박 전 대표의 '침묵'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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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29 재보선에서 자당 선거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고 침묵을 지켰고, 당은 참패를 했지만 여론은 그의 이런 행보를 이해한다는 반응이다.ⓒKSOI
'친박계의 무소속 후보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응답이 55.6%인 반면 '잘못한 일'이란 응답은 17.9%에 그쳤다. 친이 주류측이 이번 선거를 통해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론이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26.4%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의견은 모든 지역과 연령대에서 높았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서 유일한 여야 대결이 펼쳐진 인천·경기 지역에서 이런 의견이 높았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영향력이 재확인 된 호남과 남성, 40대에서 '이해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민주당 등 야당 지지층은 물론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이런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잘못한 일'이란 의견은 서울지역에서 전체평균 보다 다소 높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KSOI는 "우선 한나라당 이외의 정당 지지층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표출로 인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게 나타난 것은 이번 선거 공천에 대한 한나라당 지지층의 불만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가장 크게 보여준 정치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물었는데 이 조사 역시 박 전 대표가 월등했다. 미동도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음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복귀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34.8%가 박 전 대표를 꼽았고, 정 전 장관이 20.2%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희태 대표가 10.0%, 정세균 민주당 대표(8.2%), 손학규 전 대표(3.6%),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2.7%)순으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5%였다.
이번 조사는 KSOI가 지난 3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로 실시했고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3.1%P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