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 청와대 경호처 버스가 검찰에 도착한 순간, "노무현 구속 수사하라"는 목소리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쩌렁쩌렁 울렸다. 국민행동본부,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등 보수단체들의 목소리였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보수단체 회원이 모형 '600만달러'를 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풍자했다. ⓒ 뉴데일리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보수단체 회원이 모형 '600만달러'를 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풍자했다. ⓒ 뉴데일리

    이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도착 예정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었으나 반핵반김 등 단체 회원들은 오전 11시부터 대검찰청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검찰청 정문 오른쪽에 '국민은 검찰을 믿는다 노무현 즉각구속', '대북퍼주기 북핵미사일 자금 노무현 즉각구속', '권력비리 부정부패 노무현 즉각구속'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노무현을 즉각 구속해라"고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 중 3명은 준비해 온 노 전 대통령 가면을 쓰고 모형 '600만 달러'를 품에 안는 등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풍자했다.

    이들은 '노무현 박연차게이트 검찰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지난 5년간 겉으로는 도덕성과 청렴한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보이지 않게 가족, 측근과 천문학적 돈을 부정축재했다"며 "이는 본을 보여야 할 법치국가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명백한 국가반역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온 국민은 검찰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로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같은 권력비리형 부정부패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히 대처하길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지금의 북한 핵, 미사일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기에 온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반역적인 행위에 더욱 배신감을 느낀다"며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더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이어 1시경 합류한 국민행동본부, 라이트코리아 등의 단체는 이들의 맞은 편에서 '대법원 양형기준 5억원 이상 뇌물 징역 9~12년이 기본, 법 적용에는 성역없다 반역이적 부패비리 노무현을 구속 수사하라'는 장문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설치 과정에서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찾아와 설치된 현수막을 훼손해 양측에 입씨름이 오갔다.

    국민행동본부와 라이트코리아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풍선을 터트리며 "법 적용에는 성역없다. 노 전 대통령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무현 구속 수사 촉구서'를 통해 "뇌물 5억원 이상 수뢰자에게는 살인죄보다 더 높은 징역 9~12년을 선고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과 증거인멸 우려를 감안한다면 노무현을 구속수사하는 게 원칙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무현의 범죄는 부패 혐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재임시 언동과 정책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파괴하는 등 형법상 내란죄, 외환죄 중 일반이적죄, 여적죄에 해당한다"며 "법 적용에 성역없이 구속수사하는 것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보수단체가 준비한 피켓 ⓒ 뉴데일리
    ▲ 보수단체가 준비한 피켓 ⓒ 뉴데일리

    이날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참가해 대검찰청 앞 대로를 가득 메웠지만 회견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노사모가 지속적으로 찾아와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가 검찰에 도착한 뒤에 노사모 일부 회원은 심한 욕설과 함께 "꺼져라"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박찬성 반핵반김 대표는 "노사모 애들은 신경쓰지 마라"며 회원들을 다독거렸다. 동원된 경찰 5000여명은 노사모와 보수단체간의 충돌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뉴데일리와 만난 박 대표는 "노사모들이 나를 보고 매국노, 친일파라고 한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렇게 말하면 되느냐. 정상적인 국민 이해 수준을 넘었다. 상식 밖"이라고 힐난했다. 박 대표는 "수사가 미진하게 끝난다면 이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불구속되면 크게 대국민대회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노모씨(70)는 "언론, 정치인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우리같은 노인네들이 이런다"며 "신해철 같은 놈들 있어도 누가 말 한마디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사모의 자극적인 발언에 "노랑풍선들고 있는 저런 놈들은 뭐냐. 노무현 찬양하는 거냐"며 "얼빠진 얼간이들. 저런게 바로 좌파들이다"고 비난했다.

    봉 대표는 마찰이 잦아지자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보수답게 깨끗하게 떠나자"고 말했다. 봉 대표는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대표는 노무현 말 한마디로 죽었다. (노무현은) 참 사람잡는 사람"이라며 혀를 찼다. 또 노사모에 대해서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범법자 노무현을 두고 탄압수사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라고 말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노무현은 가중처벌 받아야 마땅하다"며 "노무현이 불구속되면 전국 교도소 수감자들은 전부 풀려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25남친피해유족회 백한기 대표는 "노무현은 혼자 대통령이지 (우리는) 진심으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무현이 살 길은 자살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 ▲ 30일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왼쪽)와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노무현 구속수사 촉구 서명부',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반역 혐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 뉴데일리
    ▲ 30일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왼쪽)와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노무현 구속수사 촉구 서명부', '노무현 전 대통령 국가반역 혐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 뉴데일리

    이날 국민행동본부는 2827명이 서명한 '노무현 구속수사 촉구 서명부'와 '노무현 국가반역 혐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 서명부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노무현 구속수사 촉구 국민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작성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행동본부, 보수국민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어버이연합,라이트코리아, 6.25남침피해유족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