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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하루 전인 28일 오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불렀다. 재보선 때문이 아니었다.
홍 원내대표에겐 재보선 보다 더 급하게 꺼야할 불이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경제관련법안 처리가 그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선거운동일임에도 그는 국회를 지켜야 했다. 그가 기자들을 불러 한 첫 마디는 "재보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우리는 여당이기 때문에 일을 해야하고 국회는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29일과 30일 이틀 뿐이다. 그런데 29일에는 선거가, 30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출두란 메가톤 급 정치이슈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변수는 갑자기 등장한 이슈라지만 재보선으로 4월 국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홍 원내대표도 예견하고 있던 일이다.이 때문에 원내지도부는 재보선 이슈를 고려한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4월 국회 시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급한 경제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적표가 썩 좋지 않은 홍 원내대표, 더구나 임기 마지막의 4월 국회인 만큼 그간 실책을 만회해야 하는데 상황은 자꾸 꼬이기만 한다.
그래서 홍 원내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소위원회에 '어떤 식으로든 내일 오전 10시까지 끝내라'고 지시했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 마지막 관문인)법사위원회 전체회의는 내일 (재보선) 선거운동이 없으니 오전에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야당인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각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라도 법사위에서 심의가 늦어 본회의 상정이 안되거나 처리시한 만료로 자동폐기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때도 법사위의 법안심사 지연으로 일부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유선호 위원장과 얘기해보니까 (민주)당에서 은행법과 주.토공 통합법에 대해 처리를 보류해달라고 해 법사위에서 처리하기가 곤란하다더라"며 "두 법률에 대해 자기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해서 나머지 법안을 다 잡고 있는 것은 잘못이고, 법사위의 게이트 키핑도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월 국회 때 국회의장 주재로 모여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서명한 합의문을 거론하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법안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제법안에 대해선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2월 합의문 작성 시 "만약 야당이 경제개혁법안을 부당하게 잡고 있을때는 직권상정이라도 해 처리하겠다"는 김 의장의 당시 발언까지 소개하며 "이번에는 국회의장님이 반드시 처리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야당은 물론 국회의장에게도 '약속이행'을 주장하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홍 원내대표는 고민이다. 이런 현 국회상황이 재보선과 노 전 대통령 검찰출두에 가려 제대로 홍보가 안되기 때문. 그래서 홍 원내대표는 참석한 기자들에게 일일이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 취재진에 "오늘 밤에 법사위원장이 불법 게이트 키핑하고 있다고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재보선 기사로 보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오늘 재보선만 나오나? 아이 그거 참…"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