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 의원회관의 박근혜계 의원실

    보좌관이 노란색 서류봉투를 비서에게 건네며 "한 번 잘 살펴보시라고 전해드려"라고 말한다. 이 비서는 노란색 서류봉투를 들고 곧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방으로 향했다.

    보좌관에게 물었다. "얼마나 자주 보내나요?" 그는 "보고할 게 있을 때 마다 하죠. 규칙적으로 보내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이런 보고서를 올리는지 묻자 이 보좌관은 "많이 들 하죠"라고 말한다.

    # 다른 박근혜계 의원실

    박 전 대표에게 보고서를 보내는지 묻자 "했었는데 요즘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보낸다고 하는데 우리도 다시 해야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는 의원회관이 아니라 자택으로 보냈었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내 박근혜계 일부 의원들은 이처럼 주요 정치현안이나 이에 대한 당내 의원들 기류 등을 보고서로 만들어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보고 내용은 다양하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부터 그가 관심가질 만한 이슈가 보고서에 담긴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부 의원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보고서 대부분이 박 전 대표에게까지 올라가지 않고 중간에 잘린다"고 말했다.

    이런 보고서가 워낙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다 체크할 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현 정치권에서 독보적이라는 평이다. 지난 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 뒤 그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선거결과를 뒤집는다. 지난 3월 여야의 미디어법 협상때는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를 했는데 (법안처리)시기를 못박는 정도는 야당이 받아줘야 한다"는 그의 한 마디가 극적타결을 만들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여러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를 봐도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그에 견줄 경쟁자는 현재로선 없다. 그래서 당내 박근혜계 의원들의 '충성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과열되는 분위기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월박(越朴·친박 진영으로 넘어온 의원),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과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친박진영의 세는 점차 커지고 있고 그만큼 내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다음 총선이 대선 직전에 치러져 이런 '충성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한 관계자는 "아직 내부경쟁이 크게 과열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 의원이 최측근이다', '모 의원은 관계가 안좋아졌다'는 등의 친박내부간 견제는 종종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