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챙기고 있습니다"(국무위원)→"현장을 자주 가 보라"(이명박 대통령)→"현장에서 챙기고 있습니다"(국무위원)→"헬기타고 돌아보라"(이 대통령)

    청와대는 23일 비상경제대책회의 발족 100일을 평가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설치된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지난 1월 8일 첫 회의를 가진 이래 이날로 106일째를 맞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상(非常)했던 100일"이라고 자평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 마련된 '워 룸(war room)' 성격의 비상경제상황실에서 이날까지 총 15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3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청와대는 "회의를 통해 재정의 조기집행 상황을 점검하며 선제적 대응을 했는가 하면 민생현장을 직접 찾아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지표를 보고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지난 1월 6일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꾸린 뒤 반복되는 일상이다. 비상경제상황실에서 올리는 경제지표와 분석보고서는 이른 새벽 대통령 관저로 배달된다. 이 대통령은 집무실 출근 전에 이미 그날의 '수치'를 머릿속에 넣고 있다"

    청와대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서민중심, 현장중심, 선제대응이라는 원칙으로 진행돼왔다고 평가했다. 1월 8일 1차 회의에서 중소기업 및 가게 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실직가장과 일용직 근로자 등 경제적 위기를 맞은 가구와 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거 지원(2차 회의, 1월 15일)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 확대 방안 논의(7차 회의, 2월 12일) 등은 '서민중심' 대책 회의의 대표적 사례다.

    또 이 대통령은 경기도 안양 보건복지콜센터129, 서울 관악 종합고용지원센터 등을 직접 찾아 국민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실질적 효과가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는 '현장 중심' 회의를 펼쳤다.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해온 재정조기집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금융지원 확대에 따른 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한 '보증제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도 주력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대통령은 1월 설 명절 휴가 때도 비상경제상황실의 비상연락망을 들고 갔다. 상황실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받았다. 최근 해외 순방 때도 이곳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국내 자료 중 최우선 순위로 챙겼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바로 다음날 예정에 없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하벙커에 상황실을 마련할 때 '형식에 치우쳤다'는 일부 비판이 없지 않았으나 그 형식에 내용을 채움으로써 'MB 실용주의'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였다"면서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비상경제상황실은 결코 '전시용' 공간이 될 수 없었다. 바로 옆방에서 진행되는 비상경제대책회의 때 이 대통령이 쏟아내는 송곳질문으로 인해 항상 개인적인 '비상'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장관들이 '열심히 챙기고 있다'고 보고하면 "현장을 자주 가 보라"고 주문했고, '현장에서 챙기고 있다'고 답변하면 "헬기를 타고 돌아보라"는 식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고 한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 관전하는 조연을 원치 않는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 공공기관장 모두 '경제위기 극복'의 주연으로 뛰어 달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훗날 여러분이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뿌듯하겠느냐" "경제살리기는 경제 관련 부처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며 참모진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이 회원국들 중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최근 OECD의 전망은 지난 1/4분기의 성적 평가표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올 연말에 가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며 신중을 기하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평소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15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많은 일을 했고, 특히 비상경제상황실은 정책과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스크린하고 조정하는 현장 지휘부로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100일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