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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각 당의 지원유세는 계속됐다. 4.29재보궐 공식선거 지원유세에 나선 각당 지도부들은 수도권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20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경기도 시흥시를 찾아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비 맞으면서도 거리유세 … 손학규 전 대표 "한표 부탁드린다" 지지호소
20일 오후 4시, 시흥 정왕동의 모 병원 앞에서 유세를 시작한 민주당은 당의 상징인 녹색 점퍼로 무장한 손학규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앞세워 시흥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날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이동은 좀처럼 쉽지 않았지만 손 전 대표의 '한표 호소'행보는 계속됐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 빨간색 정장을 차려입은 임정화 시흥시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기호 2번 민주당 김윤식 (43)후보와 함께 표심잡기에 나섰다.
손 전 대표가 김 후보 지원사격을 위해 나선 곳은 5일 장터. 어지럽게 좌판을 깔고 우산으로 비를 피하고 있는 상인들, 천막으로 대충 지붕을 만들어 놓은 장터 사이사이를 누비며 손 전 대표는 한표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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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악천 후에도 거리 지원유세를 강행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인천부평을에 이어 시흥정왕동 5일장터에서도 비를 맞으며 선거유세를 했다. 사진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시민에게 한표를 호소하는 손 전 대표(우)의 모습 ⓒ연합뉴스
유세 중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수행원들과 당직자들은 우산을 받치며 손 전 대표와 당 지원유세에 나선 선거단원들을 보좌했지만 행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손 전 대표의 머리가 다 젖을 정도였다. 손 전 대표는 상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고, 근처에서 해산물을 팔던 한 상인이 "손에서 비린내가 날 것인디…"라고 악수하기 머뭇거리자 "괜찮다"며 팔을 끌어당겨 안는 친근한 제스처를 취했다.
행인들과 악수를 하며 5일 장터에서 지원유세를 하던 선거단은 출출했는지 어묵집에 들러 어묵 한개씩을 사먹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어묵집 주인은 "손 전 대표는 늘 매스컴에서 보니까 아무래도 김 후보를 잘 몰라도 저렇게 나와서 선거를 도와주니 힘이 되는 듯 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 전 대표는 좌판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장사가 잘 되시나"고 물으며 즉석에서 냉이와 씀바귀 등 채소를 샀다. 한 봉지에 2000원 가량하는 채소를 4~5봉지 산 손 전 대표에게 할머니는 고마움을 표시했고, 옆에서 선거유세를 돕던 조 원내대변인은 "29일날이 선거일이에요, 어머니 2번 꼭 찍으셔야 해요"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터에서 옷을 팔던 두 여성은 민주당 지원유세에 "이름있고 얼굴 알려진 후보가 나서서 지원유세하는 것만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우리 시흥시민들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여성이 "시흥이 원체 지방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야당 성향이 강해서 민주당이 이길 것 같다"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여성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이상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환자들과 1:1 스킨십'으로 시흥유세
한나라당도 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시흥 장터에서 지지유세를 하기 한시간 전, 당의 상징인 파란색깔 점퍼로 갈아입은 박희태 대표는 시흥 신천동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날 예정했던 5일장터 거리유세는 우천을 이유로 취소했다. -
- ▲ 시흥의 한 병원을 찾아 '한나라당 기호 1번 노용수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박희태 대표(우)와 시흥시장 선거에 출마한 노 후보(좌) ©연합뉴스
대신 박 대표의 표심을 잡는 방법은 '환자와 1:1스킨십' 전략이었다. 이 병원 병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일일이 환자들과 악수를 하며 한나라당의 지지를 호소한 것. 박 대표는 대기 중인 환자 보호자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기호 1번 노용수 후보는 깨끗하다. 시흥에는 깨끗한 후보가 필요하다"고 자당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 노용수(44) 후보를 거듭 '청렴한 사람'으로 강조하며 유세에 나서고 있다. 앞서 15일 열린 노 후보의 개소식에서도 박 대표는 "시흥시장 자리는 유혹이 많은 자리"라며 "수많은 유혹을 뿌리칠 청렴한 후보는 노 후보"라고 한표를 호소했다. 또, 박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노 후보 지지이유로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노 후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움직여 시흥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선거유세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 김효재 대표비서실장, 차명진· 윤상현 대변인, 원유철 경기도당위원장, 이두아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지만 각 당이 이렇게 시흥시장 보궐선거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수도권 민심'이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판단의 연장선 때문이다. 또, 시흥시장 선거는 이번 4.29재선거에서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이기도 하다. 5개의 재선거 지역에서 전주 2곳과 경주, 울산북 등 지방을 제외하면 유일한 수도권은 인천 부평을과 시흥이다. 때문에 이 두 곳이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잣대가 된 것이고, 각 당이 수도권 민심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이렇듯 각 당이 수도권 민심잡기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이날 시흥 선거유세는 민주당의 승리인 듯하다. 한나라당이 우천을 이유로 거리행보를 취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비를 맞으면서까지 행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손 전 대표의 몸을 던지는 '한표 호소'가 극명하게 비교된 것.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비판도 터져나왔다. 민주당 손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눈 직후 한 상인은 "야당이라 그런지 역시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선거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디있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29일 재보궐선거 뚜껑이 열기 전까지 이 지역에서 어느 당도 승리를 확신하긴 힘들 것 같다. 이날 시흥에서 만난 한 행인은 "아무래도 집권여당이 힘이 더 있지 않겠나. 시흥의 발전을 위해서 예산이라도 하나 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당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근처에서 채소를 팔던 한 상인은 "손 대표의 팬이다.비 오는 데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 좀 봐라, 구두 뒤축이 다 닳았다"며 "무조건 민주당을 뽑을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