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구설에 올라 쓸쓸한 대통령의 퇴임을 보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전임 정권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임 초 "우리 집안에는 검은 돈을 받을 만한 위인도, 또 비리를 저지를 만한 인물도 없으니 여러분은 안심해도 괜찮다"고 큰소리치며 "앞으로 이권이나 인사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까지 한 노 전 대통령 역시 정작 수사대상으로 떠오르며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돼버린 상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 비리가 드러나는 데 대한 국민적 염증과 함께 이명박 정권도 전 정권 못지 않게 불안한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친인척 관리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1남 3녀를 둔 이명박 대통령은 막내이자 외아들인 시형(31)씨에 대한 관리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청와대 여기자 오찬 자리에서 "아들을 낳으려고 음식도 가려 먹었다"며 "어렵게 아들을 낳자 동네 사람들로부터 '아들 낳으려면 15층처럼 낳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시형씨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당시 김 여사는 주가조작 연루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았던 셋째사위 조현범(37.한국타이어 부사장)씨와 갓 입사한 아들 시형씨 관련 '친인척 관리'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셋째 사위를 믿지만 아직은 조사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려고 한다"면서 "우리 아들은 신문이나 인터넷을 찾아봐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치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좌중에 폭소가 터졌지만 김 여사의 발언 이면에는 한국타이어 낙하산 인턴 논란과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과의 기념사진 촬영 당시 부적절한 복장으로 구설에 올랐던 아들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모성애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도 시형씨 행동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형씨는 청와대 관저에서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대통령 외아들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구설이나 오해에 휩싸일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관저 생활은 이 대통령이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당선 후, 서울 압구정동에서 열린 외손녀(둘째딸 승연씨 딸) 돌잔치에 참석해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가족들이 근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명의 사위와 아들에게 "분수를 지켜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치불개입'을 강력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당부에 큰사위 이상주(39)씨는 "장인 어른 뜻을 잘 받들겠다"며 몸가짐을 조심할 것을 약속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별도의 '친인척 관리팀'이 구성돼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실은 "건평씨는 1분 1초 단위로 감시하겠다"고 했고 전담직원까지 붙여 별도 관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관리 대상인 대통령 친인척은 대략 1200명 가량. 지난해 8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 여사 사촌언니 김옥희씨 사건 이후 인원을 늘려 6명의 담당직원이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지적이다.
2002년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아들 건호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불행'에 대한 기자 질문에 "가족끼리 '어려운 환경이지만 평범하게 사는 선례를 만들어 보자'며 각오를 다졌다"며 "평범한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대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평범하게 살겠다"고 공언했던 건호씨는 결국 12일 검찰에 불려갔다.
대통령 친인척들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간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마련이다. 권력 주변에 들끓는 유혹 탓이다. 역대 정권의 친인척 비리는 단골메뉴였다. 이 정권이 역사는 돌고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