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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발표하던 10일 오후. 그의 최측근인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자유선진당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을 찾았다.
이 전 부의장은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가는 최 의원을 배웅하며 "수고했어"라고 말한 뒤 연거푸 "존경해"라고 말하며 한참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최 의원 역시 자신을 배웅하러 회관 문밖까지 나온 선배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 전 부의장의 방은 대선 당시 정 전 장관과 경쟁했던 이회창 총재의 옆방이다.
당은 다르지만 이 전 부의장과 최 의원은 정동영이란 끈으로 연결돼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정 전 장관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까지 오르는 데 1등 공신이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정동영 캠프 좌장이었고 당 대선후보가 된 뒤에도 최고고문직과 조직자문위원장을 맡으며 큰 역할을 했다.
후보 경선 당시에는 이 전 부의장 지역구인 충북 옥천·보은·영동에서 '몰표'가 나와 '차떼기' 논란이 일 정도였고 대선 때는 비호남권 중 유일하게 이 전 부의장 지역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할 정도로 많은 역할을 했다. 정 전 장관에게 이 전 부의장은 가장 큰 지원군인 셈이다. 당적은 다르지만 정 전 장관에 대한 이 전 부의장의 지지는 여전하다.
그가 속한 선진당은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박선영 대변인은 1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대선출마자가 보기좋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선다는 것이 참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전 부의장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그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 전 장관 무소속 출마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4·9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낙선 한 뒤 1년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크지만 이 전 부의장은 정 전 장관의 4·9 총선 출마가 "희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정 전 장관에 동작을 출마를 요구했고, 한나라당이 그의 낙선을 위해 정몽준 최고위원 전략공천 카드를 던져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부의장은 "여권에서 (정 전 장관을) 낙선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덤벼 희생된 것 아니냐"며 "고향이 비었으니까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공천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은 이번 민주당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천기준의) 첫째는 당선가능성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 전 장관) 지역 연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곳에서 키워 대통령 후보까지 했고, 지역 유권자들이 호출하다시피 해 출마한 것인데 당에서 공천을 안준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적으로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나간다고 해서 당선이 안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부의장은 또 "정동영 같은 사람은 반드시 잘 돼 (국회에) 들어와 지역도 신경을 쓰고 나라일도 해주면 좋다. 통일부 장관도 했기 때문에 남북문제는 힘을 합치면 잘 되는데 (민주당이) 쓸데없이 정동영을…"이라고 개탄한 뒤 "한나라당이 죽을 쒀도 (지지율이) 14~5%밖에 안되는 데…"라며 거듭 비판했다. 그는 "(정 전 장관이) 당장 이 다음에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로 정치권에선 '정동영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데 이 전 부의장은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계개편 시기가 "지방선거 전 혹은 후인가가 문제지 자연스럽게 전개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그에게 '만일 정 전 장관이 정당을 만들 경우 합류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볼때는 기존 정당과 제휴도 하고 그러지 않겠느냐"며 "그런 것을 논의해봐야겠지만 지금부터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최 의원과의 만남에 대해선 "당 소속은 다르지만 내가 정 전 장관을 아끼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사람이니까 서로 자문도 구하고 걱정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