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태국 파타야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일정을 앞당겨 12일 새벽 조기 귀국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3'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의 영향으로 전면 연기됐다고 태국 정부는 밝히고 파타야와 주변 촌부리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자간 정상회의가 개최국 내 시위로 무산돼 각국 정상이 서둘러 철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태국의 국가 이미지에 큰 손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6월 제주도에서 개최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듯 "우리가 할 일이 생긴 것"이라며 가볍게 받아 넘겼다. 이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기자단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 ▲ 태국 방문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태국 방문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태국측은 각국 정부와 아세안+3 정상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없다"는 식의 큰소리를 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는 "다자간 정상회의 개최가 국내 정치문제를 이유로 무산된 것은 어떤 식으로도 이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파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제회의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 수천명이 정상회의장인 로열 클리프 호텔 주변을 봉쇄하면서 회의 무산은 예견됐다. 이들은 이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묵고 있는 두싯타니 호텔 주변에서도 시위를 벌여 두 정상이 호텔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점차 과격화 양상을 띠면서 호텔에 난입 회의장 기물을 파손하고 파타야 도심 곳곳에서도 산발적인 시위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이 호텔에 이곳에 묵고 있던 정상들은 옥상을 통해 헬기로 구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예정에 없던 중국 원 총리와의 한중 정상 면담,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그리고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를 갖고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도발에 따른 후속 대책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3 회의 등의 일정이 취소된것은 유감"이라며 "추후 다시 정상회의가 소집돼 동아시아 차원의 위기 극복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아피싯 총리는 우타파오 국제공항에 미리 나와 있다가 조기 출국하는 이 대통령에게 "머무시는 동안 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괜찮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도록 하자"면서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도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열린 한·태국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이 시위대의 봉쇄로 약 1시간 동안 회담장인 로열 클리프 호텔에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태국 정부는 카싯 피로미야 외무장관을 보내 우리측에 공식 사과했다. [= 파타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