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1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태국을 방문,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은 주변 4강외교에 더한 '신(新) 아시아 외교구상'을 구체화한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 저마다 인연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은 수십년 세월을 호령한 삶의 현장이자 수많은 역경을 헤쳐낸 기회의 땅이었다"고 술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경험은 아세안 국가를 이해하는 힘이며 해당국 정상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윤활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① 태국 = 1965년 현대건설에 재직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경리담당 사원으로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위해 태국에서 2년간 근무했다. 태국은 이 대통령이 처음 밟아본 외국 땅인 동시에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나라기도 하다.

    고속도로 공사 현장 기능공들이 일으킨 극렬한 폭동사건은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져있다. 간부와 사원들은 몸을 피했지만 이 대통령은 혼자 현장 사무실을 지켰다. 흉기와 각목으로 무장한 15명의 기능공들은 이 대통령을 사무실 벽으로 몰아세우며 "금고 열쇠를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경리사원 이명박'은 금고를 끌어안고 엎드렸고, 이내 무자비한 발길이 몸 위로 꽂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태국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폭도들이 도망갈 때까지 구타는 계속됐으며 이 대통령은 금고를 빼앗기지않기 위해 저항했다. 생사가 오간 순간이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사건 현장을 찾아 왔을 만큼 이 사태의 파장은 컸다.

    현대건설은 당시 16개국 29개 건설업체가 참가한 입찰경쟁에서 길이 98km의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지만 이 공사로 인해 현대건설은 빚만 잔뜩 안기게 된다. 그러나 전동식 롤러, 컴프레서 믹서기 등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썼고 최신 공법도 익힘으로써 결국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다. 훗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던 기술력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 고속도로 공사 도중 숨진 동료 직원의 아들을 20년 뒤 현대건설에 취업시켜준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은 이런저런 이유로 순탄치 않았다. 2007년 1월 아시아생산성기구(APO) 창립 45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 등 일정으로 태국을 방문키로 했다가 테러위협이 가중되면서 전격 취소됐으며,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역시 지난해 12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반정부 시위대의 정부청사와 공항점거 사태로 연기됐다. [=파타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