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 정책 당시에 북한은 한국의 인권 문제를 마음껏 비판할 수 있었으나 한국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비판하지 못하는 우스운 상황이었다"

    전 국제엠네스티 미국지부장을 역임했던 인권운동가 데이비드 호크(David Hawk)씨는 9일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북한인권법' 토론회에 참석해 햇볕정책 당시 북한인권에 대한 진보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열린북한방송의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됐다. 두 단체는 "그동안 한국의 진보가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북한인권법에 대한 진보진영의 접근법과 해결고리는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 ▲ 9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열린북한방송 주최로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북한인권법'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 9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열린북한방송 주최로 '미국과 한국의 진보 그리고 북한인권법'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  호크씨는 '북한인권을 위한 진보의 새로운 접근(New approach of the progressives to NK human rights)'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 북한인권법은 공화당의 한 의원이 '북한자유법'을 발의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진보적인 성향의 의원들이 이를 보완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한국 국회에서도 북한인권 관련법이 올라와 있는데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이 도울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인권을 향한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호크씨는 한국의 햇볕정책과 당시 진보의 태도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호크씨는 "포용,관용,화해는 인권과 분리돼선 안되고 함께 이뤄져야 할 문제"라며 "인권이 없는 상태에서 포용과 화해를 시도한 햇볕정책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혔다. 그는 "햇볕정책 당시 북한은 유엔인권위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 문제를 거명하며 인권을 비판하는데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해 겉보기에 북한보다 한국에 더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 또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62명의 장기수를 송환해 갔는데 비해 한국은 단 한명의 납북자나 국군포로를 데려오지 못했다"며 "이 시기는 진보의 인권 가치가 완전히 무시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는 진보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크씨는 "현재 한국 국회에 상정돼 있는 북한인권법에 진보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고 북한인권법 그 자체를 반대해선 안된다"며 "진보는 북한인권법에는 찬성하되 인권법 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공론의 장에서 보수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날 '한국의 진보는 왜 북한인권에 소극적인가' 제하로 발제한 레디앙 기획위원(전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인 이재영씨는 "진보세력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 침묵의 이유를 짚어보고 북한인권문제 해결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씨는 "일부 종북세력은 북한인권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의) 거짓선전이라고 믿었기에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했고 일부는 실제적 위협이 있는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발언하지 않았다. 또 과거 한국은 북한인권에 적극적으로 비판할 만큼 인권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한국 진보세력과 국제사회는 북한을 미얀마군부나 탈레반세력처럼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베트남정부나 이란정부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실재하는 국가권력으로서 북한에 비판적 경고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북한을 무너뜨리겠다고 하는 것 같다"며 "그 안에 사적소유권, 남한군경우대원칙 등은 굉장히 북한에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고 북한체제에 대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바른사회 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자로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전 민노당 정책위원장),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