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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이 5일 오전 기어코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이 쏴올린 발사체는 '인공위성'인 것으로 판명됐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궤도 진입 실패와 관계없이 이번 발사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투사 능력은 한단계 진일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 단계 추진체 분리 작업이 무난히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오히려 북한이 이번에 노린 것은 ‘인공위성’ 의 궤도진입이 아니라, 미사일의 장거리 발사능력 시험에 있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6000km가 넘는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한 셈이다. 북한이 앞으로 로켓 성능을 보완한다면 1만2000km 이상으로의 사거리 확대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북한이 추구하는 ICBM(대륙간탄도탄) 보유 실현을 위해 ‘핵탄두의 소형화’ 과제만을 남겨놓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5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 자격으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표한 공식성명에서 “이번 북한의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덧붙여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의연한 대응”을 다짐했다 .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5일 체코 방문 중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과 확산은 동북아 지역 및 국제 평화와 안보에의 위협”임을 강조하고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어떤 행동도 명확히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1718호의 명백한 위반” 이라고 지적했다 .
한편 UN 안전보장이사회가 일본 정부 요청으로 6일 새벽 긴급 소집되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UN결의 제1695호와 1718호가 규정하듯 세계평화와 동북아시아 안정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한국 입장에선 가뜩이나 북한 핵개발로 남북 간 균사균형이 ‘비대칭’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전력 불균형’이란 또 하나의 과제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
남한은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규정에 따라 미사일 개발이 ‘사거리300km 이내’로 묶여있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사정거리 300~500km의 스커드B ·스커드C 미사일 600여기, 사거리 1300km 의 노동미사일 200여기 외에 2007 년부터는 사거리 3000km 이상의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그만큼 남북간 ‘미사일 전력 불균형’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국방현안이 되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계획을 밝힌 것은 미사일의 국제적 ‘확산방지’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국내 일부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PSI참여에 반대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태도다. 북한은 최근 시리아의 핵시설 건설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산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술과 부품의 해외확산을 막는 것은 이제 국제사회의 긴급한 과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정부가 예정대로 즉각 PSI 전면 참여를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PSI 참여만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력에 대처하는 데 불충분하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공동 운영할 수 있는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참여할 필요가 제기된다. 지난 정권 시절, 정부는 역시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햇볕정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구실 하에 MD 참여에 주저해왔다. 그러나 이제 북한 미사일 기술의 획기적 진전으로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시점에 도달했다 .
그러므로 그동안 미뤄왔던 미국 주도의 MD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체 미사일 개발 및 300km로 한정돼 있는 사거리 확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재보장 및 구체적 조치, 그리고 논란많은 ‘전시작전권 전환'의 유예 또는 전면재검토 등을 미국과 협의하여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인공위성’으로 포장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국 국가안보에 새로운 위험이자 도전 요인이다. 우리는 안으로 ‘자유민주’ 체제의 수호와 법질서 확립, 밖으로 한미일 및 UN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북한의 평화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 재향군인회안보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