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생각은 '잘못은 잘못이다'는 쪽입니다. 또 좀 지켜보자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검찰 조사가 임박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단군이래 최대 권력형 게이트'의 몸통일 수 있는 그가 마치 '제 3자'인 척하는 말투를 사용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집사격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전격 체포된 7일, 본인 '모르게' 부인 권양숙씨가 '빚을 갚기 위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부탁해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튿날에는 "저는 저의 허물을 이미 사과한 처지"라고 말했다. 사과했으니 그만이라는 건지, 모든 비리를 인정했으니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우리 집안에는 검은 돈을 받을 만한 위인도, 또 비리를 저지를 만한 인물도 없으니 여러분들은 안심해도 괜찮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노무현 패밀리'는 사상 최악의 '비리 패밀리'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될 지경이다.

    이미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고 건평씨의 처남 민경찬씨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민경찬 펀드' 불법 조성 의혹을 부르는 등 말썽을 일으켰다. 조카 노지원씨도 '바다이야기'사건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조카사위(건평씨의 사위) 연철호씨는 검찰 조사 예정이며, 부인 권씨는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돈 수수를 인정해 소환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아들 건호씨도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사돈 배병렬(건호씨의 장인) 씨는 음주운전 은폐 의혹 및 농협 자회사 간부 임명 특혜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건평씨가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거액을 받고 불구속기소되자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남 전 사장을 조롱했다. 남 전 사장은 이 일이 있은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은 '패밀리용' 도덕적 기준을 그 때 드러낸 셈이다. '패가망신'시킬 대상과는 다른 잣대다. 

    아들 건호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작금의 상황을 두고 "저희 아버님이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면서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글은 다시 봐도 짜증이 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진짜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