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이나 인사청탁에 개입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 시키겠다"(2002년 12월)
    "사정기관들도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는 눈치다"(2008년 11월)

    1989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져 일약 '청문회 스타'로 오른 뒤 '도덕성'으로 무장한 양 선전,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국 '검은 돈'때문에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도 사상 초유로 전직 대통령 내외가 함께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과 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40년지기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전격 체포된 이후 "저의 집(권 여사)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며 "미처 갚지못한 빚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백했다. 그는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 조사에 응해 진술할 것이며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침묵했던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작성한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속된 정 전 비서관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검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자 미봉책으로 선택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검찰 출신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혐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에 미리 사과문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또 무슨 진전된 반성문이 나올지, 자신에 대한 반성문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공성진 최고위원은 "검찰 수사의 칼끝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하니까 사전에 '빌린 돈'이라면서 희석하려는 전형적인 노무현 수법"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고, 검찰은 성역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패밀리'의 썩은 냄새에 정치권은 몽롱한 상태.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해온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데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 조카사위 연철호씨에 이어 부인 권 여사까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비극"이라고 개탄하는 논평이 나왔다.

    "부인이 빌린 돈"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은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권 여사가 빌린 돈이라고 들었다"고 거들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산변동 신고 때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채무관계가 재대로 신고돼야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03년 4월부터 퇴임 직후인 2008년 4월까지 매년 신고한 재산변동 신고사항을 확인해 보면 채무 내용이 전혀 없다. 2003년 4월 첫 신고 때에는 장남 건호씨가 국민은행에 5000여만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했을 뿐, 노 전 대통령 부부 명의의 채무는 없었다. 이후 2004~2007년 재산신고 때도 그랬다.

    이후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2008년 4월 신고된 변동내역에서야 처음으로 채무가 신고됐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신축하기 위해 4억6700만원의 금융부채를 처음으로 신고했던 것.

    채무를 갚기 위해 빌린 돈이란 주장이 노 전 대통령의 '궁색한 변명'이란 것이 정치권 시각이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빨치산의 딸이면 어떠냐'며 호기를 부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집사람이 받았다'며 부인 핑계를 대고 있나"고 질타했다. 이 역시 아니라면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은 재임시절 재산신고 때 고의로 채무를 누락했다는 의혹까지 더한 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