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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던 강재섭 전 대표가 돌아왔다. 4·9 총선 당시 공천을 두고 '친이-친박'간 갈등이 정점에 달할 때 대표를 맡았던 그는 총선 불출마 카드를 던져 양측 갈등을 봉합하며 대선과 총선 승리 주역으로 꼽힌다. 그가 마침 4·29 경북 경주 재·보선으로 '친이-친박'간 갈등이 재점화 된 상황에서 여의도에 복귀해 이목을 끌고 있다. 정책 연구재단을 만들어 복귀했는데 재단명 역시 그간 강 전 대표의 이런 행보를 대변하듯 '동행'으로 지었다.
지난 2월 발족한 '동행'은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냈다. 이 재단의 상임고문을 맡은 강 전 대표는 이날 개소식을 겸한 자신의 정치재개를 알렸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 갈등의 한 복판에 있었던 만큼 그의 일성도 '화합'이었다. 그래서인지 재단명 '동행'에 매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만에 여의도에 모습을 보인 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도 "(주변에서) 동행에 대해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이름은 기막히게 좋다고 하더라"고 소개한 뒤 "동행이란 노래도 있는데 '같이 간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게 동행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4·29 재·보선을 두고 계파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치권도 빗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공천을 두고 내홍이 심각한 민주당 상황을 언급하며 "한 사람은 공천 달라고 하고 한 사람은 안 주겠다고 하는데 동행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경주 재선거에서 친이-친박 간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자당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도 100% 동행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곧바로 "지금 우리나라에 제일 필요한 것이 동행이고 모두 힘을 합쳐 같이 가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부터 정부, 국민, 여야 모두 같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종구 의원이 이 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았는데 그 역시 강 전 대표가 '화합형 리더'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동행이 행동하는 날"이라며 말문을 연 뒤 "1년 전을 기억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많은 분이 한나라당을 걱정했고, 이명박 정부를 걱정했지만 강 대표 중심의 지도부가 '친이-친박' 갈등 속에서 (당을) 잘 지탱하고 이명박 정부를 잘 세우는 데 온 힘을 다했다"며 강 전 대표를 띄웠다.
'동행'은 잠재적 대권 후보인 강 전 대표의 정치결사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 재단에는 50명이 넘는 한나라당의 현역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교수와 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 70여명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매머드 급 '강재섭 싱크탱크'다. 이날 개소식에도 당내 친강재섭계로 분류되는 전현직 의원 50여명이 참석했고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5월에 있을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안상수 의원도 모습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행동이 더디다는 평을 받아온 강 전 대표가 본격 행동에 나서기 위해 이름도 '동행'으로 지었다는 농담도 나온다"며 강 전 대표가 '동행'을 통해 본격 정치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