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갈등 해결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연이어 첨예한 갈등을 중재,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타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조지 부시와는 달리 겸손한 자세와 귀를 열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여 급속하게 친밀감과 신뢰를 쌓아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G20 정상회의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할 수도 있는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만들자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몰아붙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것.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작성은 금융시스템 개혁이라는, G20 의제 가운데 중요한 부분으로 사르코지 대통령과 후 주석의 대립으로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정상을 따로 불러 설득했고 가뜩이나 달라이 라마 면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사르코지 대통령과 후 주석은 마침내 타협에 이르렀다.

    이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서 곧장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차기 나토 사무총장 지명을 놓고 나머지 27개 회원국과 이견을 보이는 터키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4일 정상회의에서 난상토론을 통해서도 해법이 도출되지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를 따로 불러 대화했고 결국 라스무센 지명에 반대한 터키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터키에 나토 사무차장 자리 1명과 나토군 지휘관 자리를 보장한다는 타협안을 제시, 터키의 거부권 행사를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의 의사결정이 만장 일치에 의한다는 점에서 터키가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라스무센 지명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되면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의 분열상만 노출한 자리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두 개의 정상회의를 `살리는' 해결사 역할은 잘 수행했지만 정작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투병력 추가 파견 등 미국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는 크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