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중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이제는 더 이상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든 뭐든 간에 감출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다 털어버리겠다"고 말했다고 박찬종 변호사가 전했다. 3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서 지난 26일과 27일, 30일 사흘간 6시간에 걸쳐 박 회장과 면담을 가진 뒤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02년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리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 돼 버렸다"며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그냥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고. 노 전 대통령 생가와 내 사업지가 멀지 않고,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를 할 때부터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부산 동구에서 입후보했을 때는 전국적인 인물도 아니었고, 형인 노건평씨가 '동생이 출마한다'고 해서 (선거자금을 대주려고) 내가 노건평씨의 땅을 사준 것"이라며 "나는 그 정도를 소화할 능력이 있었고, 건평씨가 '동생이 대학도 안 나오고 상고 나와서 고시 붙었고 정치한다'고 하니까…. 그걸 어떻게 야멸치게 끊겠나."고 진술했다.

    이어 박 회장은 "그러다 보니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됐네. 친구의 동생이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내 입장에선) 보람이 된 것이고, 운명이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정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이모(이정욱씨 지칭·구속)가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가고, 장모(장인태씨 지칭·구속)가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나가고… 5억씩 8억씩 줬는데, 도와주지 않으면 박연차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무명일 때부터 형을 매개로 인연을 맺어왔는데, '섬씽'이 생기고 한 것은 운명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도망을 갈 수 없게 된 것이다"며 "'노통 색깔'이 내 목까지 차올랐고, 돈도 만지고 대통령도 친한데, 내가 어떻게 인색하게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3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씨에게 500만달러(당시 환율 약 50억원)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 이 자금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노 전 대통령측은 이와 관련, "조카사위에게 박 회장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에 건네진 점으로 미뤄 이 돈의 성격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자금 성격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