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을 두고 민주당이 손발이 안맞는 모양새를 계속 보이고 있다. 30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정 전 장관 공천 여부를 두고 자당의원들끼리 '한판 붙을 것 같은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이날 민주당 의총은 4월 임시국회 논의와 4.29 재선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였다. 당초 민주당은 의원총회가 아닌 의원 워크숍을 예정했었으나 자당 의원들의 검찰 구속과 소환 등으로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직면한 문제 타결을 위해 급하게 의총으로 대체했다. 이날 비공개로 예정됐던 의원들의 자유토론은 의원들의 요청으로 공개로 전환했는데 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작심하고 당 운영과 정 전 장관 공천 문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의총에서도 역시 곪아있는 '정동영 공천문제'는 다시 한번 거론됐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공개 토론에서 작심한 듯 "혹여라도 국민 눈에 당 지도부가 MB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보다 특정인과 싸우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이날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공천해야 57%, 무소속으로 나와도 찍겠다 47%'라는 기사를 인용하며 "현실로 드러났을 경우 그 수치가 더 높아질것으로 본다. 전주가 정 전 장관 고향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전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것에도 민주당 지지자 중 '정 전 장관에 공천을 줘야 한다'가 '안 줘야 한다' 보다 두 배나 높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정 전 장관) '공천 안된다'고 반대한 응답이 가장 높은 데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라며 "어렵고 일이 꼬였을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하는데 민심과 우리 지지자 당원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사회를 맡은 신학용 의원은 "최의원님, 이것은 비공개로 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 

    사회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은 "(이런 말 하기를)상당 고민했다"면서 "어제 의원들 열 네분이 뜻을 모아서 '결론적으로 어려울 때 정 전 장관 공천을 줘야하지 않나, 정 전 장관도 결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하고 여러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았느냐? 이에 대한 (정 전 장관의)반성있어야 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고 정 전 장관 덕진 공천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그 외 이름을 거론 안하더라도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삼십 분 정도로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 때 힘을 모아야지 누구를 배제하는 데 당이 힘써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 전 장관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거론해 당내 내홍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는지 최 의원은 발언 마지막에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이석현 의원이 정 전 장관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끄집어 냈다. 이 의원은 "정 전 장관 공천을 둘러싼 당내 잡음에 대해 정세균 대표와 정 전 장관이 긴밀히 합의해서 원만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의원은 그간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갈등 문제 등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거론하기 꺼려했던 문제에 대해 비판을 쏟았다. 그는 "우리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다"며 "비교적 중도 입장인 내가 말하면, 민주당에는 주류-비주류만 있는 게 아니다"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파벌 보다는 당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합의로 가지 못하냐"면서 "당내 중도가 있어야 극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면 누구 편을 드는 것 같아서 말은 안하겠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당 운영과 정 전 장관 공천여부에 대해 여기저기서 의원들의 성토가 빗발치자 지켜보던 한 당직자가 "자유토론이 아니라 자유비판같다"고 할 정도였다. 

    박지원 의원은 "80호 사는 동네에서 불 끄러 모든 사람 다 달려가서는 안된다"며 정 전 장관 공천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전주 보궐선거로 다 가서는 안된다. 이러면 부평을은 어떻게 하고, 국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특정인의 명분에 앞서지 말고 국민의 명분에 앞장서자"고 호소했다. "야당은 죽는다. 맞아죽느냐 굶어 죽느냐 둘 중에 하나가 우리 의 선택이다. 기왕이면 맞아죽자"고 까지 했다. 

    이종걸 의원의 불만도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관심 가질 것을 가려야 한다"며 "당이 여러 내홍과 외환에 싸여있어서 (다른 문제에)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에 내홍으로 인해 언론 관심은 거기 다 가있고, 모든 재보궐선거 전패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당에서 옥석을 가리고 집중도를 가려서 집중할 곳에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당 투톱인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 전 장관 공천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